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대전본부를 찾아 국방과학기술의 성과를 치하했다. 이 가운데는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했지만 자체 개발에 성공한 ‘다기능위상배열(AESAㆍ에이사) 레이더’와 사거리와 함께 탄두 중량을 세계 최대 수준으로 늘린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4’가 포함돼 있었다. 에이사 레이더는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ㆍ탐지하는 한국형전투기사업(KFX)의 핵심 장비로 ‘전투기의 눈’으로 불린다. 문 대통령이 비공개 시찰한 것으로 보이는 현무-4는 사거리 800㎞에 탄두 중량을 2t으로 늘려 ‘괴물 미사일’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약 3년 만에 ADD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핵심 장비이면서 난이도가 매우 높은 에이사 레이더 개발을 우리 기술로 기어코 성공시켜낸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특별한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미국이 에이사 레이더 등 핵심 항목에 대한 수출승인을 거부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체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의 수출 승인 불허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서 방사청 등이 당시 상당히 비판받았다. 무엇보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에 차질이 우려됐다”면서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 끝에 참여 연구원들의 열정과 노력, 관련 기관 및 업체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국내 기술로는 개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던 에이사레이더의 개발이 사실상 완성 단계”라고 말했다. 에이사 레이더의 출고식은 다음 달 중 열릴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특히 에이사레이더의 개발 성공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미국의 기술이전 거부 당시 국회에서 국방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것에 더 의미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ADD 연구원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너무나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그 때문에 우리 차세대 항공기 전투기 사업도 상당 기간 표류할 것 같아 이런 우려들을 많이 했는데 우리 국방과학연구소가 보란 듯이 에이사 레이더를 포함해 4대 핵심기술 모두를 성공적으로 지금 개발해내고 있다”며 “덕분에 우리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도 보다 탄력을 받게 됐고 그런 성과에 대해서 정말 감사를 드리고 또 축하를 드리고 싶다”고 거듭 언급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성공한 것에 대해 축하 말씀을 드린다”며 현무-4의 성공적 개발을 우회적으로 축하했다. 북한의 도발을 우려해 직접적인 언급은 삼간 것으로 풀이된다. 현무-4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탄도미사일 탑재 중량 제한을 해제하며 개발이 가능해진 전략 무기다.
40분가량 현무-4를 시찰한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와 강력한 파괴력을 갖춘 최첨단 전략무기들을 보니 참으로 든든하다”며 “국민들께 다 보여드릴 수 없지만 우리는 어떠한 안보 위협도 막아내고 억제할 수 있는 충분한 국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방과학연구소 반세기의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온 역사”라며 “소총 한 자루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에 창설되어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고 ADD가 일궈낸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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