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각종 학원이나 체육관 등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통학버스에 운전자 이외 보호자를 함께 태워야 한다는 규정은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설령 통학버스에 태울 직원 때문에 영업상 공백이 발생한다 해도 어린이의 생명안전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헌재는 황모씨와 박모씨가 도로교통법 53조 3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황씨와 박씨는 지난 2016년부터 각각 어학원과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통학버스를 운행했는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 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도로교통법 53조 3항을 보면 학원이나 체육시설 등에서 어린이통학버스를 운영할 때는 보호자를 함께 태우고 운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보호자에게 승·하차 및 운행 중 어린이에 대한 안전 의무도 부여했다. 이 규정들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실질적으로 적용됐다.
헌재는 합헌을 결정하며 “별도의 동승보호자를 두는 게 어린이통학버스를 이용하는 어린이 등의 안전을 지키는데 필수적이라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규정 때문에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될 정도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교육시설에서 어린이 등에 대한 돌봄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 등이 학원이나 체육시설 등에 다니기 위하여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와 관련한 사고 역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당 조항이 실질적으로 작동한 2018년 들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어린이의 비중이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승차 중에도 어린이들을 교통사고 등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동승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기준점을 법 규정에 명시된 시행일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날짜로 판례를 변경했다. 법 시행의 유예기간을 둔 경우 그 기간이 종료되고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53조 3항의 경우 부칙에 따라 유예기간을 2년 둬 2017년 1월부터 시행됐는데 황씨와 박씨는 같은 해 4월에 헌법소원을 냈다. 고로 유예기간이 종료된 시점으로부터 90일 이내 헌법소원을 청구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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