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 56만㎡ 크기의 ‘중국 무역마켓’이 설립된다. 수십억달러의 차이나머니가 투입될 축구장 80개 크기의 이 무역마켓에는 중국 상품을 판매하는 구역을 비롯해 중국 무역업체가 중동·아프리카 지역 수출을 위해 물품을 저장하는 창고들이 들어서게 된다. ‘제2회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참석한 두바이 군주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부통령은 지난 26일 중국 측과 이러한 내용의 투자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무역마켓은 일대일로의 국제적 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두바이가 이번에 일대일로에 처음 참여한 데 대한 중국 측의 선물이라고 보고 있다.
보호주의 배격과 개방 확대를 선언한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결국 중국이 뿌리는 ‘돈 잔치’가 되고 있다. 신화통신 등은 중국이 27일 폐막한 제2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통해 640억달러(약 74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협력·협의를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 근교 휴양지 옌치후에서 열린 정상포럼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신규 투자계획을 설명하며 “우리는 일대일로의 전방위적이고 다분야에 이르는 협력을 강화하고 육로·해상·공중과 사이버상의 소통을 추진하며 포용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했다.
포럼에 참가한 정상들은 개방과 다자주의를 옹호하고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내용인 37개항의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일대일로 건설이 공동공영의 길로 향하는 제의라는 점에 합의했다”며 “공동논의·공동건설·공동향유라는 기본원칙을 견지하면서 함께 책임을 지고 함께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겨냥해 각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또 “국가 간 광섬유 고속도로를 포함한 디지털 인프라를 권장한다”고 강조해 미국의 반화웨이 전선을 우회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다만 주요 논의는 결국 중국의 신규 투자로 집중됐다. 그는 “일대일로 최고경영자(CE0) 콘퍼런스 등에서 283개 분야의 실무 성과를 거두고 총 640억달러의 프로젝트 협력 및 협의를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포럼을 통해 두바이는 중국으로부터 총 34억달러의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한때 일대일로의 핵심사업이었던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프로젝트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말레이시아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을 것을 확신한다”며 일대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지지 발언에 대해 최근 중국이 말레이시아와의 재협상에서 프로젝트 공사비용을 200억달러에서 30% 깎아주기로 합의한 뒤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차이나머니로 국제적 리더십을 사려는 중국의 노력에 힘입어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는 대표단을 파견한 150개국 가운데 37개국에서 정상급이 참석했다. 2017년 제1회 포럼의 정상급 29개국보다 UAE 등 8개국이 늘어난 것이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중국의 경제 리더십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실시한 25개국 국제여론조사에서 ‘누가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강국인가’라는 물음에 중국을 꼽은 응답이 34%에 달했다. 1위는 39%를 차지한 미국이었지만 중국이 그 뒤를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일본 등은 7%로 선두그룹에 크게 뒤처졌다.
한편 시 주석은 이번 포럼을 통해 일대일로 경제블록 확대에 힘을 싣는 것과 별개로 무역협상 중인 미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대외개방을 통해 무역협상에서 미국과 타협하는 대신 유라시아에 걸친 자국의 세력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른바 ‘중화부흥’의 방향을 잡은 듯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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