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지난 12일 서한에 대해 백운규 장관 명의로 이 같은 내용의 답신을 발송했다고 언급했다.
백 장관은 서한에서 “대(對)한국 무역적자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를 알고 있으며 양국 경제통상관계를 확대·균형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이 같이 전달했다.
산업부는 이번 답신에서 개정협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측의 특별회기 개최 요청에 대해 협정문에 정한 절차에 따라 동의한다”면서 “이 위원회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 연구, 평가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USTR이 양국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하면서 “협정 개정·수정 가능성 등 협정 운영을 검토하자”고 제안한 것과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는 “요청 후 30일 이내 워싱턴 D.C.에서 개최되기를 희망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서도 “장소는 서울, 개최 시기는 추후 협의해 나가자”고 신경전을 벌였다. 백 장관은 “산업부 내 통상조직 설치, 통상교섭본부장 임명 등 우리 정부의 조직개편이 완료된 이후 가까운 적절한 시점에 개최하자”면서 “협정문상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같은 메시지를 전한 것은 한미FTA 개정과 관련해 미국 의도대로 끌려다니지 않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협상 전략으로 분석된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협상할 때 양측이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미국의 홈그라운드인 USTR 안에서 협상하는 게 결코 편하지 않다”며 “한미 FTA 조항에 따르면 문제를 제기한 미국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게 맞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한국이 이 같은 회의 개최를 요구하면 상대방은 30일 이내에 응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만간 국장급 관계관을 미국에 보내 USTR 측과 구체적인 의제 및 개최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한미 FTA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선(先)조사, 후(後) 논의’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회의 장소, 의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FTA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미국 측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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