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떨어진 점(點)이었던 공주와 부여가 선(線)으로 연결됐다. 백제의 부흥과 쇠락이 교차했던 두 지역이 백제문화코스로 매듭지어진 것이다.
물론 찬란했던 백제문화의 무대는 이곳뿐이 아니다. 익산과 대전도 백제의 문화가 꽃피었던 곳이기는 하나 한 번 걸음에 백제문화의 향기를 들이켜고 싶다면 이 코스를 택해보는 것도 좋다. 품도 덜 들고, 동선도 짧은데다 백제왕조의 진수를 섭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체험을 함께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중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다시 주목받고 있는 두 지역을 둘러봤다.
공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우뚝 솟아 한눈에 바라보이는 공산성이다. 지대가 높아 공주 시내를 한눈에 굽어보고 있다. 공산성의 백제 때 이름은 웅진성이었다. 지금의 이름이 굳어진 것은 고려 때 들어서다. 문주왕은 즉위 첫해인 475년 한산성에서 이곳 공산성으로 천도했다. 이후 성왕 16년인 538년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다섯 왕의 재위 64년간 도읍인 공주를 수호해온 성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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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왕 거쳐간 공산성, 그때 모습 한눈에
국립부여박물관 1,000여점 문화재 전시
백제역사 진수 섭렵할 수 있는 최적 코스
입장권을 끊고 들어서면 이곳을 거쳐 간 관찰사·도백 등이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한 만든 공덕비들이 도열해 있다.
성문을 거쳐 안으로 들어가 성벽 위로 난 길을 따라 돌다 보면 북문에 해당하는 공북루와 남문인 진남루, 서문인 쌍수정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충남 유형문화재 37호와 충남문화재자료 48호·49호로 지정돼 있다.
공산성의 진면목을 만끽하려면 낮에는 성벽을 따라 돌고, 밤에는 강 건너 북쪽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 야간에 성벽을 따라 밝히는 조명에서 은은한 아름다움이 배어 나온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공주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송산리고분군, 그중에서도 무령왕릉이다. 무령왕릉이 중요한 이유는 매장자의 신원이 확인된 유일한 백제왕릉으로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여행에 함께한 신병주 건국대 교수는 “무령왕릉은 지난 1971년 장마철에 송산리고분군 배수로 작업을 하면서 우연히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며 “왕과 비가 합장된 무덤으로 금제 관장식을 비롯해 총 108종, 4,60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고 설명했다.
공주에서 부여로 넘어가 먼저 들러야 할 곳은 국립부여박물관이다. 일단 이곳에서 부여에 깃든 백제의 역사를 일별하면 이후 관광의 절차가 정리되기 때문이다. 부여박물관은 4개의 전시실에 1,000여점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데 1993년 부여 능산리 제3건물터에서 출토된 국보 287호 백제금동향로가 백미다. 한국에서 발견된 향로 중 가장 앞선 시대의 것으로 높이 64㎝, 지름 19㎝에 이른다.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중국 향로보다 훨씬 정교하고 크기도 커 백제 금속가공 기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보물로 꼽히고 있다.
부여를 찾을 때마다 마음이 애잔한 것은 이렇다 할 백제의 유적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패배한 나라의 유적이 존치되지 못한 것은 이해할 만하나 제대로 된 건물 하나 없는 것은 참담하다. 돌로 축조돼 불타지 않은 정림사지 5층 석탑만이 홀로 남아 옛 영화를 이야기할 뿐 그 밖에 어떤 구조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복원한 백제문화단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고증에 따라 복원된 유적을 통해서라도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던 선조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기 때문이다. 단지 안에는 새로 복원해놓은 사비궁·위례성·고분공원·능사 등이 늘어서 유려했던 백제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진주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개발과장은 “이번 투어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사업 중 공주·부여 등 백제문화코스 소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이 같은 행사는 여행주간에 맞춰 봄·가을·겨울 세 차례로 나눠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혜련 한국관광공사 관광개발팀장도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3~4명의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모집했다”며 “관광객들의 숫자만 늘리기보다는 여행의 질적 개선을 통해 지역 중심의 관광에서 코스 위주의 관광으로 확장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글·사진(공주·부여)=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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