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에 먹는 ‘약밥’은 찹쌀과 대추, 밤, 잣, 참기름, 꿀, 간장 등 여러 재료를 섞어서 찐 음식으로 대추, 밤, 잣이 서민이 구하기 힘든 재료였기 때문에 서민들은 오곡밥을 대안으로 먹게됐다.
오곡밥은 쌀, 조, 수수, 팥,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 지은 밥으로 지역에 따라 들어가는 곡식이 다소 달랐는데 1809년 여류학자인 빙허각 이씨가 살림살이에 대해 쓴 ‘규합총서’에는 오곡밥을 지을 때 넣는 찹쌀, 수수, 흰팥, 차조, 콩, 대추의 비율이 명시돼 있기도 하다.
오곡밥은 먹는 데도 규칙이 있는데, 하루에 아홉 번을 나눠서 먹기도 하고, 여러 집에서 지은 오곡밥을 모아서 먹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에는 만들기 번거로운 약밥이나 오곡밥 대신 부럼을 대보름 음식으로 즐기는 풍습이 전해지는데 밤, 호두, 땅콩 같은 견과류를 깨물면서 건강을 기원하기도 한다.
한편 올해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많은 지자체가 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는데, 서울에서는 그나마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운현궁 등에서 부럼과 약밥, 오곡밥을 나눠줄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민기자 kkm261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