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의 외교는 대통령에게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전략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경원(사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새누리당)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외교부가 의원외교나 민간외교 등 다른 방식은 별로 시도하지 않고 정상외교에만 집착하다 보니 국내 정치도 외교 성과에 매몰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이 어렵사리 성사됐음에도 알맹이 없는 만남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나 위원장이 관련 상임위의 수장으로서 한국 정부의 외교전략에 일침을 가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이재오·정두언 등 수도권 의원들의 날 선 발언이 이어지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나 위원장 역시 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동작구를 지역구로 둔 만큼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사 교과서 논란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공천제도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되 열세 지역에 한해 전략공천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컷오프제도는 (공천학살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의 경우 여론수렴 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행정고시가 이뤄진 만큼 향후 진행과정을 차분히 지켜보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나 위원장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 국회가 함부로 예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회가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 현안들을 챙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2일 2년 만에 이뤄진 국회 외통위 차원의 방북과 관련해 "앞으로는 민생·문화교류를 넘어 경제적 협력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며 "우리가 안 하면 북한의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더 큰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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