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겠지!’ 1873년 9월18일, ‘제이쿡 은행 파산’ 공시에 전 세계가 술렁였다. 그럴 만했다. 제이쿡 은행은 돈이 없어 쩔쩔매던 링컨 행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분할 판매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 최대 은행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세계 경제 확대기였다. 독일과 중부 유럽 지역의 투자 붐이 과열되고, 신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철도 회사가 급성장했다. 남북전쟁의 여파로 단기적 불황이 왔던 미국 서부의 철도 공유지 부설에 유럽의 투자가 집중됐다.
철도 투자 붐의 영향으로 제이쿡 은행 역시 미 대륙 횡단철도인 ‘노던 퍼시픽 철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은행가 제이 쿡(Jay cooke)은 은행 자금 대부분을 노던 퍼시픽 철도 사업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노던 퍼시픽 노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었다. 결국 노던 퍼시픽과 제이쿡 은행은 차례로 파산을 맞았다. 미국 최대 은행의 파산은 곧 대형은행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졌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개장 이래 처음으로 열흘간 폐쇄됐고, 미국의 5,000개 기업이 문을 닫았다. 미국의 불황은 때마침 유럽을 휩쓸었던 은행 연쇄부도와 겹쳐 세계 경제가 동시에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1873년 장기불황(Long Depression)의 신호탄은 바로 ‘철도’였다.
불황은 1896년까지 65개월 간 계속됐다. 1930년대 대공황만큼 심각한 경제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역사상 가장 긴 불경기다. 불황이 길어지자 세계경제에 새로운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했다. 한계기업이 정리되면서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해졌다. 카네기와 록펠러ㆍ모건 등 독점 자본가들도 이때 나타났다. 또한 유럽투자자들이 타국 보유 주식을 헐값에 내던지는 바람에 산업자본의 자국화가 가속화됐다. 유럽인들은 수익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광대한 미국 철도망만 건설해준 꼴이 됐다.
공황이 마무리되던 1880년대부터 유럽 자본은 다시 들어와 미국인들의 주머니를 불려줬다. 1930년대 들어 다시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맞기 전까지 미국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자기들이 망해도 돈 벌고 경제위기를 맞은 나라에 가서도 돈 버는 미국 자본을 무섭다고 할까, 부럽다고 해야 할까. /김경훈 기자·김현주 인턴기자 styxx@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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