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자의 눈] 대학과 연구기관은 어떻게 결합하는가
입력2011-10-20 17:28:49
수정
2011.10.20 17:28:49
독일 카를스루에대 총장과 카를스루에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2005년 2월 은밀하게 만났다. 양 기관 간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1825년에 설립된 카를스루에대는 2006년 독일 정부로부터 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명문대지만 국제적 명성은 크게 떨어진다. 1956년 핵 관련 연구소로 출발한 카를스루에연구소는 독일 4대 연구기관 중 하나인 헬름홀츠연구소에 속해 있으나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카를스루에대와 카를스루에연구소는 2009년 10월 통합, 카를스루에공대(KIT)로 다시 태어났다. 통합 문제를 논의한 지 4년 반 만의 일이었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상위 기관들의 반대였다. 대학은 주 정부 산하이고 연구소는 연방 정부 소속이다. 양 기관이 국제자문위원회를 구성, 통합의 필요성과 장점을 강조하며 끈질기게 설득하자 연방 정부와 주 정부도 결국 통합 찬성으로 돌아섰다. 볼커 자일레 KIT 과학담당 최고경영자는 통합 효과에 대해 "수주하는 프로젝트 규모가 커졌고 대학생들도 장기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학과 연구기관 간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합치고,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해양대학교를 통합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설립한다는 방안이다. 독일과 달리 국내의 대학ㆍ연구기관들은 통합에 대해 영 마뜩잖은 표정이다. 연구원 노조와 대학 교수들은 정부가 해당 기관의 특성에 대한 고려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독일 KIT가 '상향식(bottom-up) 결합'이었다면 우리는 철저히 '하향식(top-down) 통합'이다. 일방적인 통합 추진 방식도 문제지만 일정도 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이런 식의 통합 과정이라면 설령 두 기관이 합친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자일레 박사에게 한국 상황을 제시하며 의견을 구했다. 그는 "한국 사정이 어떤지 모르지만 핵심은 통합 기관 구성원 간의 신뢰와 합의"라는 모범답안(?)을 내놨다. 뻔한 답이지만 그게 원칙이다.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