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예정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재개발의 ‘재(再)’자만 나오면 2~3배 이상 뛰는 건 예사다. 노후 연립ㆍ다세대 주택의 3.3㎡당 지분 값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곳도 부지기수인데다 용산역세권 개발 예정지와 인근 땅들은 3.3㎡당 억대를 넘긴 지 오래다. 여기에 재개발 기대감이 노후주택지로 확산되면서 실제 사업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소문만으로도 지분 값이 덩달아 뛰고 있다.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강남을 묶으면서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운 강북 재개발로 서울ㆍ수도권 일대 노후주택가 전체가 개발열풍에 휩싸이면서 새로운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열풍을 타고 서울 용산구 일대와 성수동ㆍ신당동 등 주요 뉴타운ㆍ재개발 추진지역 내 연립 등의 지분 가격이 최근 3~4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폭등했다. 공장과 노후 연립ㆍ다세대가 밀집한 서울 성수동의 경우 지난 2003년 3.3㎡당 500만~1,000만원선이던 지분 가격이 지금은 5,000만~6,000만원까지 치솟아 있다. ‘강북의 강남’ 용산 일대의 기세는 더욱 무섭다. 지분 시세가 3.3㎡당 1억원은 기본이고 1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넘쳐난다. 서울시내 웬만한 상업지역 땅값이 무색할 정도다. 이 같은 가격급등은 단지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기도 광명시의 경우 사실상 도시 전체가 재개발 열풍에 휩싸여 있다. 철산ㆍ하안동 일대 택지지구를 제외한 광명동 대부분 지역이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노후 연립ㆍ다세대 주택 지분 값이 3.3㎡당 2,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얘기가 나온 뒤 지분 값이 단기간에 2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재개발 지분 가격 급등에 대해 강남 재건축에 몰렸던 투자ㆍ투기 수요가 강북 등 재개발로 급격히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무더기로 이뤄진 ‘뉴타운’ 지정이 개발 기대감을 키운 것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갈 곳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개발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웬만큼 낡은 노후주택지 중에는 ‘일단 값부터 끌어올리고 보자’는 심리로 실제 사업 가능성과 관계없이 우후죽순 재개발 추진에 나서는 곳도 많다. 실제로 경기도 B시의 한 노후주거지는 인근 뉴타운 추진 소식에 최근 2~3개의 재건축추진위원회가 난립하며 주민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뉴타운 지정 계획이 전혀 없다”며 “소문이 소문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급등 현상에 대해 건설업계조차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D사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나 주민들은 당연히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겠지만 상당수 재개발 추진지역은 사업 자체가 어려운 곳들”이라며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너무 뛴 가격과 마구잡이식 지분 쪼개기가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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