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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 국회에 공식 신고하는 첫 무대인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범한 지 꼭 100일 된 정부의 부실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책통인 그는 특히 경제 상황에 대해 "정부가 인식을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우며 대통령 직속 창조경제위원회 설치와 정무장관제 부활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현안 개입에 나섰다. 최 원내대표는 직접적으로 CJ그룹의 해외비자금 조성과 문어발 확장 등을 거론하며 "대기업 총수 등의 중대 범죄의 경우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해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달 선출 후 '강한 여당'을 천명해온 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연설에서 당이 중심이 돼 국정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가 '원조 친박'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아리송한 창조경제에서 국민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원자력발전 비리까지 전방위로 새 정부에 각을 세웠다.
최 원내대표는 연설 시작부터 "박근혜 정부 100일을 맞는 날, 정부조직법 지연과 인사실패 등으로 정부가 허비한 시간은 뼈아프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어 창조경제·원전비리·밀양송전탑·진주의료원 등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을 일일이 지적했다. 특히 경제 상황에 대해 그는 "정부가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며"단기 대응 위주의 지표 관리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최 원내대표는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창조경제에 대해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대통령 직속 창조경제위원회 설치를 통한 컨트롤타워 정립, 기업 인수합병(M&A) 제도 개선 및 세제 지원 강화, 부처 간 협업 및 정보 대공개 등을 제시했다.
최 원내대표는 또 정부 초기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을 고려, 대화와 타협의 정치 회복을 위해 정무장관제 부활을 공개 제안했다. 그는 정무장관제 복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불량 원전부품 적발 등 원전 비리, 라오스의 탈북 청소년 강제송환, 진주의료원 폐업과 밀양 송전탑 건설 논란 등 정부의 안일한 정책 대응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원전 비리에 대해 "정부 조치가 납득할 수준이 아니라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최 원내대표는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 투자 확대가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탈세나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서는 사회 정의를 위해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CJ그룹을 겨냥해 "해외에 유령법인을 설립해 불법 비자금으로 주가를 조작하고 탈세를 시도하는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해외 금융계좌 신고를 강화하고 위반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영화산업의) 투자-제작-배급까지 독식하는 것이 현 주소"라며 재차 CJ의 문어발 확장을 문제 삼고 경제주체 간 공정한 룰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은 차질 없이 입법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금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거래소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법제도 개선 ▦철저한 법집행 ▦확실한 처벌의 삼위일체로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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