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연체자 등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은 무척 다양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연말까지 24만여명이 채무조정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체 등에서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장기연체자 가운데 기금에서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바꿔 탈 수 있게 지원하는 전환대출(바꿔드림론) 수혜자도 이미 5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서민금융 3종 세트인 햇살론·새희망홀씨·미소금융의 저리대출을 통한 채무조정, 신용회복위원회·은행권의 워크아웃과 하우스푸어 경매유예제 수혜자도 50여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부쩍 늘어난 빚 탕감 프로그램 등이 국민에게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알아서 줄여주더라' 하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데 있다.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빚을 탕감받으려는 심리가 만연되면 신용사회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올해 미소금융 연체율이 7%를 넘고 햇살론 연체율이 10%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법원이 개인의 채무를 재조정해 파산으로부터 구해주는 개인회생 신청도 연말까지 10만건을 돌파,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3월 말 현재 5,818만원으로 1년 새 6.8% 증가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빚은 25% 가까이 늘었다. 빚을 진 10가구 중 4가구는 만기 안에 상환이 불가능하거나 영영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는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계속 늘어만 가는 채무탕감 수요를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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