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나란히 광주행을 택했지만 싸늘한 지역 민심만 확인한 채 돌아왔다.
여야 대표는 5·18 기념 행사를 하루 앞둔 17일 광주에 도착해 전야제 행사와 18일 공식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김대표는 전야제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및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문제 등으로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참석자는 김 대표에게 물을 뿌리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결국 김 대표는 행사 도중 자리를 떴다. 문 대표 역시 환영 받는 입장은 아니었다. 전야제 행사 참석에 앞서 광주공원에서 금남로까지 이어진 '민주대행진'에 참가한 문 대표는 시민들의 야유에 곤욕을 치렀다. 18일 본행사에서도 일부 시민들은 '친노 패권에 기생하는 호남 정치인들은 각성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를 계속했다.
두 대표는 18일 정부 공식 행사에서 조우했다. 김 대표의 바로 옆에 앉은 문 대표는 전날의 '봉변'을 언급하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대표는 김 대표에게 "어제 행사 참석이 의미가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어서 안타깝다"며 "(물을 뿌린 건) 출연자 중 한 사람의 돌발적 행동이었고 주최 측 입장은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문 대표 얘기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공식 기념 행사에서 김 대표는 논란이 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 노래는 공식 기념곡으로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창단 공연으로 합창됐고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치권 참석자들이 따라 불렀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만 입을 굳게 다문 채 공연을 지켜봤다. 김 대표는 행사 후 노래의 주인공인 윤상원·박기순 묘소를 둘러본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진 계기가 두 분의 영혼결혼식인데 이것을 북한에서 악용했다고 해서 우리가 못 부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제창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또 기념곡 지정 문제 등으로 5·18 기념 행사가 매년 구·신묘역에서 따로따로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국민 통합이 제일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의무인데 5·18만 되면 서로 분열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5·18을 기념하는 국가 행사가 올해도 피해 당사자들과 유족들, 시민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반쪽짜리'로 치러지게 돼 아쉽다"며 "박근혜 정부가 5·18의 위대한 역사를 지우려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양당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다른 얘기를 해보려다가 추모식 분위기에서 좋지 않은 것 같아 안 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