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필리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입니다. 필리핀은 만성적인 쌀 부족문제를 겪고 있는데, 우리나라 선진 농업기술과 과거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전수해 하루빨리 쌀 자급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이정택(58·사진) 농진청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필리핀센터소장은 7일 필리핀 현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필리핀 각 지역에 맞게 다양한 쌀 재배법과 새마을운동 사례를 보급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KOPIA는 해외농업기술개발(Korea Project on International Agriculture)을 의미하는데 2009년부터 베트남과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해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지에 센터를 설치·운영해 오고 있다.
필리핀은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쌀 수출국이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때는 참전을 통해 우리나라를 도와줄 정도로 경제력이 막강했다. 하지만 정치불안과 연속된 정책실패 등으로 농업기술은 낙후됐고, 비료 등 농자재나 농업기반시설도 부족하게 되면서 쌀 부족국이 됐다. 이 소장은 "필리핀은 한동안 비료 등 농자재가 부족한 상태에서 농사를 지었다"며 "기계농이 아닌 수작업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의 논 재배 면적은 263만ha로 우리나라의 100만ha 정도 보다 2배 이상 넓다. 그러나 지난해 1,900만톤의 벼를 생산했지만, 70만톤을 수입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필리핀을 1970년대 이전과 같은 쌀 수출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비료지원과 재배법 등의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소장은 "농진청이 벼 재배 시범사업을 통해 직접 종자를 주고, 재배법도 알려주고 있다"며 "종자 연구개발과 재배지도, 그리고 유통판매 컨설팅 등을 한꺼번에 지원해 쌀 증산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도 농진청 등에 농업 기술인력 양성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고, 현지인들의 농업교육 참여율도 높는 등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어 쌀 자급자족 시기도 앞당겨 질 것이라는 게 이 소장의 기대다.
이 소장은 필리핀 현지에서 1년 가운데 절반가량은 벼 재배 시험지와 농가 등을 방문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현지 농민들을 위해 벼 재배 매뉴얼을 영문판으로 제작해 연내 보급하고, 현지 언어인 따갈로어판도 만들어 보급에 나설 예정이다. 이 소장은 "한국전쟁 등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우방국가중 하나가 필리핀"이라며 "우리나라가 성공적인 새마을 운동을 통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듯이 필리핀 농촌에도 새마을 운동을 전파해 함께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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