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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생명의 기적으로” 50대 가장, 3명 살리고 떠나
사회 사회일반 2026.01.13 14:01:47과속 차량과 충돌해 도랑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가장이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일 단국대병원에서 박용신씨(59)가 폐와 양측 신장(콩팥)을 기증하고 숨졌다. 또 인체 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회복을 도왔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30일 과속 차량과의 충돌 사고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심정지 상태에서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뇌사자만 가능한 장기기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 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다른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을 하는 것이 편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충남 홍성군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 씨는 어린 시절부터 일을 시작해 택시·화물 트럭·관광버스 운전 등을 했다. 평소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정이 많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쉬는 날에는 영화를 보거나 가족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여행하길 즐겼다. 박 씨의 아들 박진우 씨는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내니 ‘밥은 먹었냐’라는 그 안부가 유난히 그립다"며 "생전에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살리고 세상이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시던 아버지가 실제로 여러 생명을 살리고 떠나시다니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 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박용신 님과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생존율 98%인데…"간 이식 의술 최고, 기증 절벽에 못살려"
사회 사회일반 2026.01.12 18:21:36국내 의료진의 장기이식 기술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당시 명동 소재 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이 1969년 3월 신장이식 수술을 처음 성공한 지 반세기 만에 해외 어느 나라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이식수술에 활용할 수 있는 장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뇌사자 이식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생체 장기이식이 더 많은 상황이다.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도 이식할 장기만 있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세상을 등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른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해 12월 29일 9229번째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단일 의료기관 기준으로는 세계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 4월에는 수술방 네 곳을 열어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을 동시에 두 건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11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간암과 간경화를 앓았던 40대 환자와 알코올성 간경화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70대 환자가 각각의 조카로부터 간 일부를 성공적으로 이식받았다. 병원 한곳에서 동시에 복수의 간이식 수술을 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국내 의료진의 장기이식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8월 뇌사자 간이식을 처음 시행한 지 32년여 만에 생체 간이식 7700건, 뇌사자 간이식 1529건을 수행했다. 결과도 좋다. 간이식 환자의 생존율은 98%(1년), 90%(3년), 89%(10년)로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역사가 긴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메디컬센터의 간이식 1년 생존율 평균치(92%)보다 높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10년간 진행성 간암 환자의 간이식 비율이 전체 간암 간이식의 40~50%에 달했다. 중증도와 재발 위험이 높아 다른 병원에서 ‘이식 불가’ 판정을 받았던 간암 환자에게 경동맥 화학색전술 등 다양한 복합 치료를 시행해 암의 크기를 줄인 뒤 간이식을 시행한 결과 5년 생존율이 65%를 넘었다. 이는 국제학술지 평균 보고치(49%)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삼성서울병원도 2023년 세계적으로 드문 자궁이식 수술에서 첫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뇌사 장기기증자가 너무 적다 보니 환자의 가족 등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이식 비중이 월등히 높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발간한 ‘2024년도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이뤄진 생존자 간 기증자는 1980명으로 뇌사 및 사후 조직 기증자 512명의 4배에 육박했다. 기증한 사람도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742명), 배우자(618명), 자녀·손자녀 등 직계비속(618명), 형제자매(241명) 등으로 혈연관계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간이식 9229건 중 생체 간이식이 7700건(84.4%)으로 뇌사자 간이식 1529건(16.6%)을 압도했다. 의료진은 이 같은 상황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도 장기가 없어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며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과 제도 손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 2월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을 계기로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합법화됐다. 뇌사란 뇌간을 포함한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해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자발적인 호흡이 불가능해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면 사망한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장기를 기증하면 심장, 간, 췌장, 폐 2개, 신장(콩팥) 2개, 각막 2개 등 무려 9명의 난치병 환자에게 새 생명과 빛을 나눠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뇌사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로 전원된 최 모(46·남) 씨도 그중 한 명이다. B형 간염 보균자에 장기간 과음으로 간경변이 발생한 최 씨는 정맥류와 급성 신장 손상, 간신증후군, 황달, 복수 등의 증상으로 간이식이 절실했다. 5년 전 이혼해 혼자 생활하던 최 씨는 배우자의 간이식을 기대할 수 없었고 여동생은 B형 간염 보균자, 부모는 고령이라 기증이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중환자실에서 뇌사자 간이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대기했지만 간부전에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행하면서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문화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 후진국 수준이다. 국제 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 기구(IRODaT)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 명당 뇌사 기증자 수는 9.32명으로 81개국 중 39위에 머물렀다. 인구 100만 명당 49.38명으로 뇌사 기증자가 가장 많은 스페인이나 미국(48.04명), 포르투갈(36.80명) 등 상위권에 포진한 국가는 대부분 서구권이다. 중국(4.50명), 대만(5.85명), 홍콩(3.20명), 일본(1.18명) 등 아시아권 국가는 뇌사 기증자 순위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김덕기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이혼했거나 혼자 산 지 오래되고 가족이 고령이거나 건강이 안 좋아 이식받을 여건이 못되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기증 장기만 있으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떠나보내는 게 의사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저출산·고령화로 젊은 층이 급감하는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기증 장기 부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뇌사 장기기증 활성화만이 이 절박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
첫 장기기증 종합계획 나왔지만…법제화·예산 등 '산넘어 산'
사회 사회일반 2026.01.12 18:16:48정부가 기증 장기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 수립 이후 첫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1차 장기·조직기증 및 이식 종합 계획(2025~2030)’의 핵심은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연명 의료 중단 결정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후 장기기증(DCD)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DCD가 허용되면 장기기증자가 약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CD는 뇌사 상태가 아닌 심정지 환자에 대해서도 본인의 사전 동의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고 5분간 기다렸다가 전신의 혈액순환이 멈추면 장기를 적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행법에서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경우를 ‘뇌사 장기기증(DBD)’만 인정할 뿐 DCD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세계장기기증·이식기록소(IRODa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장기기증자 53.93명으로 세계 최다인 스페인의 경우 DCD가 27.71명으로 DBD(26.2명)보다 더 많았다. 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도 DCD 비중이 40~50%에 달한다. 미국은 장기기증을 결정한 49.7명 중 절반에 가까운 21.3명(43%)이 DCD를 택했다. 김덕기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스페인·미국·영국 등 장기이식 선진국에서는 DCD가 전체 기증의 40~50%를 차지하며 생명을 살리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에서 DCD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DCD가 허용되면 장기기증자가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DCD 도입 등을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률을 2024년 3.6%에서 2030년 6.0%로, 같은 기간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7.8명에서 11.0명으로, 조직기증자는 2.8명에서 3.8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장기기증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기증 희망 등록기관도 2024년 462곳에서 2030년 904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약 없이 장기기증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던 환자들 중 상당수가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이식을 받을 경우 삶의 질은 높아지고 의료비는 절감할 수 있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4년 기준 말기 신부전으로 혈액투석 중인 환자는 7만 9065명으로 매년 2조 원이 넘는 진료비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 DCD가 허용되려면 우선 국회가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연명 치료 중단 결정 전 장기 등 기증 동의나 기증자 등록 같은 기증 절차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는 과거에도 DCD 허용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실제 2023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24년 5월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에서 동일 취지로 재발의됐지만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다. 김범석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연세의대 신장내과 교수)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입법·예산 등 구체적인 실행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책 불일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식 기회 확대와 장기이식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DCD 제도의 법제화와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DCD 도입과 확산을 위한 예산 배정도 시급하다. 법 개정은 물론 인식 강화 등을 위한 예산이 올해 반영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시범사업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 인식 개선이 법 개정의 중요한 부분인 만큼 캠페인은 물론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장기기증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작업은 필수다. 본인은 장기기증을 희망했더라도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아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종합 계획에서 빠진 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행법상 뇌사자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형제자매 등 선순위 유가족 1명의 서면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후 신경과나 신경외과 의료진이 각종 뇌사 판정 검사를 실시하고 원내 뇌사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실제 장기기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장기 상태가 악화돼 이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유가족 전원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행법 때문에 기증이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국내 뇌사 판정 절차가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엄격한 측면이 있어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장기기증제도 90% 알지만… 등록률은 3%에도 못 미쳐 [장기기증 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
산업 바이오 2026.01.12 18:01:53국민 10명 중 9명은 장기기증 제도를 알고 있지만 실제 기증 희망 등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큰 것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12일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 국민 20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기·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장기기증에 대한 인지율은 94.2%로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전체 응답자의 56.7%는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중도는 36.4%,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6.9%에 불과했다. 하지만 높은 인식과 달리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참여도는 크게 떨어졌다. 장기·인체조직 기증에 대해 ‘매우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 ‘다소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3.8%였다.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응답이 45.1%로 가장 많았고 ‘별로 의향이 없다(12.2%)’ ‘전혀 의향이 없다(5.8%)’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특히 장기기증 제도를 알고 있는 설문조사 대상자들 중 실제 기증 희망 등록을 한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장기기증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기증 희망 등록이라는 실제 행위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증 희망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인체 훼손에 대한 우려’가 3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20.9%)’ ‘가족 간 의견 불일치에 대한 우려(13.4%)’ ‘의료진·의료기관에 대한 불신(10.4%)’ ‘장기 분배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9.4%)’ 등이 뒤를 이었다. 단순한 감정적 거부보다 제도 운영에 대한 신뢰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30세대 젊은층에서는 장기기증을 ‘막연한 불안’이나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정성조사 결과 이들은 장기기증을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 제도와 절차에 대한 불신과 거리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무력감 역시 참여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증 희망 등록 이후에도 실제 기증은 가족의 판단과 동의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40.3%는 본인이 사전에 기증 희망 등록을 했더라도 가족이 반대할 경우 기증을 중단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장기기증이 개인의 결단만으로 진행되기 어렵고 가족의 이해와 동의가 실질적으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기증 참여가 저조한 원인을 결정을 미루는 행동에서 찾고 있다. 실제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지 않은 응답자들 중 상당수는 장기기증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인식은 있지만 충분한 정보와 설명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국민 다수가 장기기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본인과 가족의 문제로 다가오면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기증을 도덕적 선택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제도와 절차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노출시키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시신 훼손 거부감 여전히 커…'가족 동의' 앞에 멈춰선 기증[장기기증 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
사회 사회일반 2026.01.12 17:57:05국내 뇌사 추정자 100명 중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 정식 등록한 경우는 2명에 불과하다. 또 생전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더라도 뇌사 이후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전에 장기기증 의지에 대해 가족과 충분히 논의하고 뜻을 공유해야 숭고한 뜻이 실제로 이어질 수 있다. 12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의료기관이 통보한 뇌사 추정자 총 1만 1907명 중 생전에 장기기증 희망을 등록한 사람은 386명으로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했다. 386명 중 실제 장기기증이 완료된 사례는 139명에 그쳐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결국 전체 뇌사 추정자의 약 1%만 장기기증을 한 셈이다.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는데도 실제 이식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의학적으로 장기기증이 부적합한 경우 △유가족의 반대 △환자 상태 악화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 등이 있다. 가장 많은 경우는 기증자의 장기가 이식 수혜자에게 부적합한 경우로 2021년~지난해 7월까지 기증 희망 뇌사자 386명 중 122명이 해당돼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많은 경우는 당사자의 뜻과 달리 가족이 기증을 거부한 사례로 같은 기간 110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현행 장기이식 관련 법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등록했더라도 ‘법적 강제력 있는 동의’로 보지 않는다. 최종 기증 여부는 유가족의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유가족 가운데 배우자·자녀·부모·형제 등 1순위자가 반대할 경우 고인의 장기기증 희망 등록과 무관하게 기증은 중단된다. 1순위자가 찬성하더라도 나머지 유가족이 반대하는 경우 가족 간 불화를 피하기 위해 장기기증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교 문화를 꼽는다.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유교적 가치관이 사망 이후에도 시신을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기증을 생명 나눔이 아닌 신체 훼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뇌사 추정자가 생전에 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유가족이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설령 등록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몸을 훼손한다는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장기기증 수술은 기증자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춰 진행되며 외관상 큰 흉터가 남지 않도록 봉합도 꼼꼼히 이뤄진다”며 “이런 과정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오해가 반복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2023년 실시한 ‘장기·인체조직기증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기증 희망 등록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이유로 ‘기증 희망 등록에 대해 이야기 나눌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가 77.8%로 가장 높았다. 성별에 따라서도 인식에 차이가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평소 가족들이 장기·인체조직기증에 대해 부정적이어서’라는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여성은 ‘가족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기증 의사 자체보다 이를 가족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장벽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호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장은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더라도 가족의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생전에 기증 희망을 등록한 사실과 이유 등에 대해 가족과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절망 끝에서 만난 기적…서른 살 청년 살린 '마지막 선물'
사회 사회일반 2026.01.12 17:50:502023년 10월 간성혼수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30대 여성 변 모(30) 씨. 위급한 상황에 생을 마감하기 직전이었다. 배에는 복수가 만삭 임산부처럼 차올랐고 눈에는 황달이 짙게 깔렸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데다 10년 넘는 과음으로 말기 간경화에 이른 탓이었다. 의료진은 몇 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유일한 해법은 간이식이었다.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변 씨는 10대 때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해 가족과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연고지인 부산을 떠나 원주를 떠돌며 술로 세월을 보낸 그의 삶은 방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사회복지팀의 도움으로 어렵게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다. 연로한 부모는 생체이식을 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 뇌사자의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하고 변 씨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 자칫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병원을 옮긴 지 하루 만에 기적이 찾아왔다. 뇌사자의 간은 말기 간질환자의 응급도에 따라 배정되는데 변 씨는 매우 위급한 상태여서 이식의 기회가 주어졌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병원을 옮겨온 지 하루 만에 장기 매칭이 이뤄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적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변 씨는 중환자 집중 관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 또 집을 나온 지 1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술은 완전히 끊었다. 자포자기했던 삶에서 새 생명을 얻은 변 씨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생겼다.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해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 후에는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비 지원 학원도 알아보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기증된 장기를 이용한 장기이식은 생명을 살리는 ‘치료’를 넘어 환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돕고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도 회복시키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변 씨의 간이식을 집도한 김덕기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10대 때 가출해 사회를 등졌던 청년이 가족과 화해하고 학교로 돌아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며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환자들이 말할 때 장기를 기증해주신 분과 그 가족의 숭고한 결단에 가슴 깊이 감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
생명나눔 1% 그쳐…"신장투석 2911일, 이 고통 언제 끝날지" [장기기증 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
사회 사회일반 2026.01.12 17:50:03A 씨는 7년 넘게 신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채 오늘도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주 3회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다 보니 생업은 일찌감치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투석에 반나절이 걸리고 치료 이후에는 일상적인 활동조차 버거울 정도로 몸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생계는 아내가 맡았고 가족들은 A 씨 병원 일정에 맞춰 하루 일과를 쪼개야 한다. 투석 치료가 장기화되면서 A 씨의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치료비와 생활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투병 기간 동안 장기이식 문 앞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온 경험도 있다. 어렵게 기증자와 매칭이 됐지만 기증된 신장의 상태가 수술 직전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이식수술이 취소됐다. 수술 가능 여부는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설명을 코디네이터와 집도의로부터 사전에 충분히 들었지만 막상 기회가 무산됐을 때의 허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는 매년 300~400명으로 제자리걸음인 반면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은 매년 수천 명씩 늘고 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상이 매년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점점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지만 그저 기다리면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 달리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1년 3만 9261명, 2022년 4만 1706명, 2023년 4만 3421명, 2024년 4만 5567명, 2025년 12월 23일 기준 4만 6420명까지 불어났다. 약 4년 만에 대기자 수가 18% 늘어난 셈이다. 반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21년 442명, 2022년 405명, 2023년 483명, 2024년 397명으로 연간 400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1%가량에 불과한 장기이식 대기자 대비 기증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2021년 1.1%, 2022년 0.9%, 2023년 1.1%, 2024년 0.8%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1월 기준 장기기증자가 340명에 불과해 전년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기다려도 기증받을 장기를 얻지 못하다 보니 결국 병세가 악화돼 사망하는 사람들도 매년 2500~3000명에 달한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21년 2480명, 2022년 2919명, 2023년 2909명, 2024년 309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현재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의료 현장과 제도 여건을 고려할 때 사실상 뇌사기증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에 가깝다”며 “뇌사 판정 기준과 가족 동의 절차, 의료 인프라의 한계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기증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의 대기 기간은 각 장기별로 차이가 난다. 지난해의 경우 평균 이식 대기 시간은 신장이 2911일(약 8년)로 가장 길었고, 췌장은 2466일(약 6.8년)로 두 번째였다. 반면 간은 216일, 심장은 296일, 폐는 263일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간·심장·폐의 대기 기간이 신장·췌장에 비해 짧은 것은 이식 기회가 빨리 와서가 아니라 이들 장기에 문제가 생긴 환자의 생존 기간이 짧아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사망하기 때문이다. 손선영 대한장기이식코디네이터협회 회장은 “신장이 안 좋은 경우 혈액·복막 투석을 통해 장기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고 췌장도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기다릴 수 있다”면서 “반면 심장과 폐는 기능이 악화할 경우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장기별로 대기시간이 차이가 나는 것은 결국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거나 합병증 가능성이 높아져 수술 성공 가능성은 떨어진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사망하거나 건강 악화로 이식 대상에서 제외되는 환자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약 6년간 신장이식을 기다려 온 환자 B 씨는 최근 장기기증자가 나타나 수술을 앞두고 있었지만 수술 전 검사 과정에서 신장 종양이 의심되는 소견이 확인돼 이식이 중단됐다. 추가 정밀 검사 결과 초기 단계의 신장암으로 진단돼 치료는 가능했지만 현행 이식 기준에 따라 향후 최소 2~3년간 이식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대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 건강 상태가 변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며 “이식 직전 단계에서 불가피하게 수술을 중단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결국 이식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장의 경우 이식 대기자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3만 6286명으로 전체 장기 가운데 가장 많다. 약 400명 안팎인 뇌사기증자 한 명당 최대 두 개의 신장을 이식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모두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연간 가능한 이식수술은 약 800건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현재 신장이식 대기자들이 모두 수술을 받으려면 40년 안팎이 걸리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식이 이뤄지기 전에 사망, 건강 악화, 대기 중단 등으로 명단에서 이탈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한 신장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이식 대기는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수술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준비하는 기간”이라며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지다 보니 지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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