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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필요 없어" 손바닥으로 지하철 타는 베이징
경제·금융 은행 2025.06.30 17:39:48지하철 개찰구 위에 손바닥을 쓱 내밀자 ‘삑’ 소리가 나며 게이트가 열렸다. 손바닥 인식 단말기가 사용자를 특정하고 문을 열어주기까지 1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게이트를 통과하자 위챗페이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교통비가 빠져나갔다는 알림이 날아왔다. 6월 28일 중국 베이징의 다싱국제공항역은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공항선 개찰구 앞에서 요금 결제를 위해 짐을 내려두고 스마트폰을 꺼내야만 했다. 하지만 손바닥 결제 사용자만큼은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위챗페이가 개발한 손바닥 스캐너 5㎝ 위로 손을 내밀면 승하차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위챗페이는 카메라가 달린 단말기를 통해 손 주름, 정맥의 형태로 사용자를 즉각적으로 식별하고 앱에서 요금까지 차감해갔다. 손바닥 결제는 역사에 설치된 기기에서 손바닥 정보를 저장하고 위챗페이 앱에서 얼굴과 결제 수단을 등록하면 사용할 수 있었다. 직접 목격한 손바닥 결제의 가장 큰 강점은 속도였다. 화폐에서 카드, 모바일 결제로 이어지는 결제 수단의 발전은 시간을 줄여왔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을 꺼내고 카드사 승인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그러나 손바닥 결제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맨손으로 결제하는 길을 열었다. 중국 지급결제 시장의 양대 산맥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안면 인식 결제’를 주력 기술로 내세우며 생체 결제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베이징 시내의 베이커리·마트 등에서 알리페이가 개발한 안면 인식 결제 단말기를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카메라가 내장된 결제 단말기에 얼굴을 갖다 대면 등록된 계좌에서 자동으로 결제된다. 특히 안면 인식 결제는 신원 인증이 필요한 서비스(물품) 영역에서 역할이 컸다. 안면 인식 결제 역시 알리페이 앱에서 사전 얼굴 등록과 신분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제 단말기에서 얼굴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특정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베이징 시내의 한 PC방 주인은 “신분증이 있어야만 PC방을 이용할 수 있다”며 “신분증을 두고 온 손님 대부분이 안면 인식 결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무인 매장 및 자판기 등에서도 안면 인식 결제가 일상적으로 적용되고 있었다. 다만 이날 다싱국제공항역 개찰구 앞을 지켰던 40분 동안 손바닥 결제를 이용한 승객은 단 한 명뿐이었다. 한 역무원은 “아직은 젊은 세대가 호기심에 이용해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체 정보를 사전 등록하는 절차가 제법 까다로워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듯했다. 안면 인식 결제 단말기를 들여놓은 한 베이커리의 점원은 “알리페이의 탭 결제가 나온 뒤 안면 인식 결제 빈도가 꽤 줄었다”며 “얼굴 결제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토스·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생체 인증 결제 서비스가 막 발을 뗀 상황이다. 토스는 올 3월 안면 인식 결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6월 시범 운영 가맹점을 2만 곳으로 확대했다. -
스타벅스·버거킹서도 원터치 결제…'CBDC 전초기지' 상하이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06.30 17:39:42“티셔츠 사려고 하는데 디지털인민폐(위안화) 결제 가능합니까?” 6월 28일 중국 상하이의 한 허름한 의류 점포. 기자와 동행하던 한국인 유학생 A 씨가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디지털위안화(e-CNY) 애플리케이션을 켜며 이같이 묻자 가게 주인이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한 QR코드 인쇄판을 가리켰다. e-CNY 앱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이 QR코드를 촬영하니 바로 결제가 완료됐다는 창이 떴다. e-CNY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다. 결제 방식은 알리페이·위챗페이와 동일하게 QR코드를 이용하면 된다.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이고 타오바오나 메이퇀 같은 온라인 상거래·배달 플랫폼도 e-CNY를 지원한다. 인민은행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e-CNY의 누적 거래액은 7조 3000억 위안에 달한다. 서울경제신문은 27일부터 30일까지 결제 비용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유학생 A 씨에게 도움을 구해 e-CNY 지갑을 개설했다. 지갑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중국 시중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에게도 e-CNY 문호를 열고 있다. 실제로 A 씨는 당초 비대면으로 계좌를 열었던 만큼 추가로 대면 인증을 거쳐야 했는데 단순히 창구에 여권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500위안(약 9만 5000원) 한도로 충전이 가능한 e-CNY 지갑을 만들 수 있었다. 실제로 e-CNY 지갑을 이용해보니 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기업 계열 점포에서는 결제가 비교적 원활했다. 버거킹에서는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서도 e-CNY로 음식을 살 수 있었다. 일부 소상공인들도 e-CNY를 받는 모습이었다. 상하이 서부 지역에서 잡화점을 하는 첸메이링(가명) 씨는 “4~5년 전 중국건설은행 직원이 찾아와 e-CNY와 QR코드가 연동되는 계좌를 개설해줬다”고 설명했다. 당시 건설은행에서 ‘e-CNY가 곧 유행할 것’이라며 본인을 포함한 인근 상인들에게 관련 계좌를 열 것을 독려했다고 한다. 첸 씨는 “현금에 익숙하던 노인 분들도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잘 쓰시지 않나”라며 “e-CNY도 곧 잘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 e-CNY가 완전히 정착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취재진은 상하이 지역의 상점과 대형마트 23곳을 방문했는데 이 중 e-CNY 결제가 가능한 곳은 7곳이었다. ‘e-CNY로 결제 가능하냐’고 물을 때마다 “한번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거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는 안 쓰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프레시포나 핫맥스처럼 중국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매장에서도 e-CNY 결제를 받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았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왕하오란(가명) 씨는 “e-CNY는 알리페이·위챗페이와 달리 신용카드와 연동이 안 돼 굳이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A 씨가 보유한 e-CNY 지갑으로는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e-CNY로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실명 인증을 거쳐야 한다. 보통 실명 인증은 신분증이나 여권으로 한다. 문제는 e-CNY 앱에서 지하철 이용을 위한 실명 인증이 가능한 신분증으로 거민신분증만 선택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는 점이다. 거민신분증은 한국으로 치면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것으로 중국 국민만 발급받을 수 있다. 여권으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한국인은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중국 주재원은 “유학생이나 주재원 중에서 e-CNY를 쓰는 사례는 거의 못 봤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재 중국 정부는 e-CNY 사용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3년 9월 전기료와 수도 요금을 납부할 때 e-CNY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화통신은 2024년 말 총 1억 1400만 위안의 공과금이 e-CNY를 통해 납부됐다고 보도했다. 경제 매체 포브스는 “e-CNY는 중국 내 또 다른 결제 옵션을 만드는 데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
"대안 제시하라"…한은의 '스테이블코인 3대 딜레마'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6.29 18:12:20이재명 정부의 경제 청사진을 짜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가 한국은행을 상대로 스테이블코인 문제와 관련해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체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국정위가 이 대통령 공약에 맞춰 이행 방안을 내라고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이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한은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9일 “최근 진행된 한은의 국정위 업무 보고에서 일부 위원들이 스테이블코인 문제를 두고 ‘금융 불안정성 문제는 인정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한은 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법정화폐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에서 결제·거래 수단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발행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은행권 중심으로 점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업계에서는 국정위의 지시에 따라 한은이 대안 마련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인하 수단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한다. 민간에서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사설 화폐’인데 코인 업체들이 발행을 늘려 원화를 유치한다면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더라도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만약 특정 발행사 부도로 대규모 ‘코인런’이 발생한다면 전통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 상황이라면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인허가권이나 감독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은은 다른 국가 중앙은행과 달리 금융 업계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산하에 은행감독원을 두고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감독을 수행했지만 1999년 금융 감독 체계 개편으로 은행·보험·증권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한 금융감독원이 신설되면서 감독 권한을 내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자상거래 급증으로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에 대한 감독 업무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이 역시 금융위원회가 가져갔다. 한은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이후 ‘디지털 뱅크런’까지 대비해야 하는 만큼 한은이 사전에 리스크를 점검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중심이 돼 추진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테스트가 잠정 보류된 점도 악재다. 한은은 최근 CBDC 실거래 1차 테스트(한강 프로젝트) 참여 은행들에 2차 테스트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보류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한은은 1차 테스트를 이달 마무리하고 송금 기능 추가 등을 반영해 올 10월부터 2차 후속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발행 주체가 각각 중앙은행·민간기업으로 달라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은 측은 “은행들이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 일부 업체들이 CBDC 실험 참여에 주저해 2차 테스트를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현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제화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입장을 가다듬는다는 계획이다. 우선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 시 중앙은행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참고 사례로는 유럽연합(EU)의 ‘미카(MiCA)’와 미국의 ‘지니어스 액트’가 꼽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코인 발행업자가 인가를 신청할 때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또 해당 코인이 유럽의 통화정책이나 통화 주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인가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만약 인가가 이미 이뤄진 경우라도 이후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제도적 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되면 인가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지니어스 액트는 비은행이나 빅테크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협의체의 만장일치 인가를 요구해 중앙은행의 감독 권한을 제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법제화 방향을 논의하고 있으며 공동검사권 등 일정 수준의 권한 확보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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