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경인선 건설로 시작된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역사는 60년을 향하고 있다. 당시 총연장 30㎞에 불과했던 고속도로는 오늘날 5000㎞를 넘어 양과 질 모두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우리에게 고속도로는 단순한 길이 아니다. 사람과 물류, 산업과 경제를 연결하는 국가의 대동맥이자 지역 균형발전의 혈관이다. 그렇기에 고속도로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속도로의 신설·확장, 유지관리, 편의시설 구축 및 운영, 기술개발을 위한 재원 확보와 투자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통행료 조정이다.
그러나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이후 10년째 동결된 상태이다. 2024년 기준 통행료 수입은 원가의 79.7%에 불과하며, 이로 인한 한국도로공사의 부채는 41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사회간접자본 공기업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하루평균 31억 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과 함께 부채비율은 2018년 80.8%에서 2024년 91.0%로 상승했고 2028년에는 10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안정화 등 재무 건전성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추세에서 노후 시설의 유지보수와 필수 안전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 고속도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집중적으로 건설된 탓에, 3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16년에 비해 2024년 노후 포장 비율은 2.3배, 구조물 비율은 9.2배 증가했으며, 2030년에는 각각 전체의 47%, 2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노후화는 안전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된다.
수도권 및 대도시권의 극심한 교통혼잡 해소를 위한 재원도 필요하다. 도로 용량 확충, 선형 개량 등은 단순히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문제를 넘어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감축하며,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 등 신기술의 등장은 첨단 교통서비스와 안전·기술이 융합된 플랫폼 등 새로운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통행료 조정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공공요금 인상 억제는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해 현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어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전기·도시가스 요금을 주요 사례로 들었지만, 이는 고속도로 통행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물가안정 위주의 요금정책과 이로 인한 공기업의 적자 누적은 공공 서비스의 질과 양 모두를 제약하고, 결국 지속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공익 가치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재의 비용을 미래세대에 떠넘기지 않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무이다. 그런 점에서 공공 인프라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사회 자산을 물려주기 위한 통행료 조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제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통행료 조정에 대한 고찰을 시작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여 통행료를 정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체계적인 법제화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 모두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이다. 통행료 조정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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