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관세 유예를 시사했습니다. 일단 관세를 때린 후 한 발 물러서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면제 규모나 범위, 기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우리 자동차, 부품업계 등에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울러 미 행정부는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수순인데요. 다만 당장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車업체 시간 필요” 디트로이트 빅3 주가 상승
우선 자동차 부품 관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일시적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특정 물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자동차 업체 일부를 돕기 위한 무언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자동차 회사에 대해 "그들은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다른 곳에서 생산되던 부품을 이곳에서 만들기 위해 (생산을) 전환하고 있다"며 "그들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지난 3일부터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또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다음달 3일 이전에 발효할 계획입니다. 이날 발언은 이들 부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해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포드 자동차는 주가는 4.07%, GM은 3.46%, 스텔란티스 주가는 5.64% 상승 마감했습니다.
상호관세, 반도체 등 유예 이어 또 후퇴…"난 매우 유연한 사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단연 미국 내 자동차 가격 상승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리서치회사 앤더슨이코노믹스룹에 따르면 자동차에 대한 관세로 일부 고급 수입차 가격은 최대 2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고 소형 세단 등도 2500~4500달러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전방위적인 로비도 약발을 발휘한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디트로이트 빅3(포드, GM, 스텔란티스)는 트럼프 행정부에 저가 자동차 부품은 관세를 제외해달라고 로비해 왔다"며 "그들은 완성차와 엔진, 트랜스미션 등 큰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낼 의향이 있다고 말해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선(先)관세, 후(後) 유예 패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상호관세 부과 후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해준다고 했고 반도체,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제품도 상호관세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제품이나 스마트폰 등이 관세 예외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지만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며 "여러분도 그래야 한다. 때로 벽을 돌아가거나 밑으로 가거나 위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쩌면 뭔가 나올 수 있다"며 "나는 팀 쿡과 이야기를 했다. 나는 최근에 그를 도왔다. 나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도체·의약품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개시…실제 부과 상반기 넘길 것 관측도
이날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 의약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반도체 관련 조사는 반도체 기판,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미세전자,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 등이 포함됩니다. 파생제품은 전자제품 공급망을 형성하는 제품처럼 반도체를 포함한 하류 제품 등을 포함합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제품 등 수많은 품목이 조사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 관보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지난 1일 시작이 됐고 상무부는 16일 관보에 이를 공식 게재한 뒤 21일간 각계 의견을 수렴합니다. 관심은 언제 관세가 부과될지입니다. 이론적으로 조사가 시작되면 상무부 장관은 270일 내로 해당 수입이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에 제출해야 하고 대통령은 90일 내 조치를 이행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며 앞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반도체 관세가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상반기를 넘길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는 미국도 민감하죠. 이미 여러 관세로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건설을 비롯한 각종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까지 부과되면 AI 경쟁에서 중국에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반도체가 모든 전자제품, 무기 등에 쓰이기 때문에 막무가내 식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후폭풍이 엄청날 수 있죠. 이에 따라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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