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마스터스의 1라운드가 열린 11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 4대 메이저 대회를 한 번 이상씩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마스터스 우승만 남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4번 홀까지 버디만 4개를 챙겼다. 이 분위기면 4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세계 랭킹 1위의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앞질러 선두권 스코어로 기분 좋게 첫 단추를 끼우는 거였다.
일이 터진 것은 550야드짜리 파5 홀인 15번이었다. 294야드를 날아간 티샷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졌다. 핀까지 241야드를 남기고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크게 튄 뒤 경사를 타고 넘어가 러프에 멈췄다. 여기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짧아서 그린 앞 물에 빠뜨리는 것보다 나았다. 하지만 세 번째 샷을 매킬로이는 난데없이 물로 보냈다. 웨지 샷을 다소 강하게 치기는 했어도 물까지 갈 정도는 아닌 듯했다. 하지만 첫 번째 바운스 뒤 속도는 줄지 않았고 핀을 지나서는 오히려 속도가 붙어 물로 빨려 들어갔다. “오, 마이!” 관람객들의 탄식 속에 매킬로이의 인상도 구겨졌다.
다리를 건너 드롭존으로 간 매킬로이는 핀 쪽 러프로 다섯 번째 샷을 보낸 뒤 퍼트 두 번으로 더블 보기를 적었다. 순식간에 2언더파로 내려간 그는 17번 홀(파4)에서 3온 3퍼트로 또 더블보기를 범해 이븐파 공동 27위까지 내려갔다. 애써 벌어 놓은 타수를 막판 두 홀에서 다 까먹으면서 11년 만의 메이저 5승 달성이 매우 험난해졌다.
15번 홀은 이번 대회를 위해 그린 표면을 교체한 네 곳 중 하나다. 새로운 그린 표면은 기존보다 딱딱하기 마련이다. 이전 그린이라면 매킬로이의 두 번째 샷이 러프까지 안 갔을지 모른다. 세 번째 샷이 물까지 가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15번 홀의 이날 평균 타수는 4.92타로 나왔다. 이글 2개와 버디 25개가 나왔지만 더블보기 이상도 4개나 됐다. ‘전설’ 진 사라센(미국)이 1935년 앨버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 적은 타수로 홀아웃)를 터뜨린 홀인 동시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2018년 13타 만에 홀아웃한 곳이기도 하다. 볼을 5개나 물에 빠뜨렸다. 아멘 코너인 11~13번 중 두 홀인 12번(파3), 13번 홀(파5)에서도 13타가 나온 적 있다. 15번 등 이 세 홀에서 기록된 13타가 마스터스 역사상 한 홀 최다 타수다.
셰플러는 버디만 4개인 4언더파로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 등과 공동 2위다. 7언더파 선두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3타 차이다. 마스터스 준우승만 두 번인 로즈는 20번째 출전인 올해 첫 우승을 노린다. 셰플러는 2001·2002년의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23년 만의 마스터스 2연패에 도전한다. 2022·2024년에 이어 올해 또 우승이면 4년간 3회 우승이고 이는 우즈도 못한 기록이다.
66세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14번 홀(파4) 샷 이글을 앞세워 1언더파 공동 11위에 오른 가운데 22세 닉 던랩(미국)은 18오버파 90타로 꼴찌인 95위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가 1언더파 공동 11위로 제일 잘 쳤다. 김주형은 1오버파 공동 38위, 안병훈은 2오버파 공동 5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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