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에서 집행된 사형이 1500여건으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24년 전 세계에서 집행된 사형이 2023년보다 32% 증가한 1518건이라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전 사형 집행 건수가 2015년의 1634건 이후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북한, 베트남의 사형 집행 통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공식 자료가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엠네스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형 집행이 가장 많았던 나라는 이란으로 2023년보다 100건 이상 늘어난 972건(64%)이었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는 172건에서 345건, 이라크는 15건에서 63건으로 늘며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 3개 국의 사형 집행 건수는 총 1380건으로 전체 1518건의 90%를 차지했다.
미국은 지난해 사형 집행 건수가 2023년 1건에서 25건으로 늘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 포함된 전 세계 국가들의 사형 집행 사유 중 40% 이상은 마약 관련 범죄였다.
앰네스티는 여러 국가들이 반정부 시위대와 특정 민족을 겨냥해 사형을 무기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경우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형 판결이 동원되고 있으며 사우디 역시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소수파인 시아파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형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그네스 칼라마드 앰네스티 사무국장은 "사형 판결은 오늘날 설 자리가 없는 혐오스러운 범죄"라며 "권위에 저항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침묵시키려는 가장 잔인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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