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에 달하는 대중 추가 관세를 강행하자,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증시가 연일 급락하는 등 미국 경제 전반이 흔들리면서, 친트럼프 진영 인사들까지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시장 불안정을 초래하면서 그동안 조심스럽던 CEO들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규제 완화 등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인해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 기업인들이 관세 폭탄으로 증시가 사흘 연속 급락하자 더는 침묵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의 경고를 시작으로, 억만장자이자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인 켄 그리핀,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등 미국 경제계의 거물들이 잇따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공화당의 핵심 기부자 중 하나이기도 한 켄 그리핀은 마이애미대학 행사에서 "관세는 거대한 정책 실수"라고 직격했다. 그는 "중산층이나 서민 가정이 식료품, 토스터, 진공청소기 등을 구입하는 데 20~40%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단기간 효과에 대한 환상을 경계했다.
레이 달리오 역시 "미국이 충분한 상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관세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에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라이프타임 그룹 홀딩스의 바흐람 아크라디 CEO도 "관세는 결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다"며 "지금 같은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비판은 단순히 경제계 인사들만의 반발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로 알려진 게임스톱 CEO 라이언 코헨은 "관세 때문에 내가 민주당원이 될 지경"이라며 엑스(X·구 트위터)에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관세 부과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탈 조짐이 감지된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상원 재정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를 향해 "관세 정책이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따졌고, 하원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하고 의회의 최종 승인 절차를 요구하는 초당적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센 반발 속에서도 독자 행보를 멈추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정치적·경제적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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