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결과 승복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못 박은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탄핵 심판 결론에 승복하는 것이 당 공식 입장이 맞느냐’는 질문에 “헌법재판은 단심이다. 거기에서 선고가 되면 그 결과는 모두를 귀속하게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미 여러 차례 헌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2일 ‘보수 논객’ 정규재 씨와 진행한 유튜브 대담에서 “민주공화국의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을 승복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고 승복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유튜브 발언에 대해 “스치듯 얘기한 말에 과연 진정한 승복 의사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명확하게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은 결국 헌재를 겁박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권 원내대표의 ‘승복’ 발언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헌재를 쳐부수자고 선동하던 국회의원의 당적이 국민의힘”이라며 “이들에 합당한 징계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불복 선동’ 본색을 감추기 위한 치졸한 연막”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승복 진정성’을 놓고 기싸움을 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앞장서 탄핵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기싸움이 국론 분열로 확산되자 헌재 선고 이전에 여야가 결과에 대한 승복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탄핵 승복은 우리나라 정도 되는 자유민주주의 체계에서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비이재명(비명)계 잠룡 중 한 명인 김두관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지도부에 “헌재 심판 결과를 승복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자”는 제안을 했다.
탄핵 선고를 앞둔 여야 정치권의 막판 세 결집은 절정을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친윤석열(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말 새 서울과 경북 구미 등지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 올랐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구미 집회에서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리석게 탄핵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두 번 다시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드시 각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덕흠·김민전 의원 등은 헌재 앞 탄핵 각하·기각 촉구 릴레이 시위에 참석하며 헌재를 압박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헌재가) 탄핵 심판 결론을 이재명 2심 선고(26일) 이후에 내야 그나마 편파졸속 재판운영 비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서 헌재 압박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광화문 천막농성장까지 8.7㎞가량을 걷는 ‘도보 행진’을 닷새째 이어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도보 행진에 앞서 “선고가 늦어질수록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대립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국민께 평온한 일상을 돌려드리기 위해 국회 안팎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15일)에는 광화문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범국민대회’에 총집결했다. 헌재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된 데 따른 지지층의 불안을 다독이기 위해서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파면에 대한 압도적인 국민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당은 출구 전략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조기 대선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친윤 의원들의 행보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도 단식과 장외 집회 등 육체적 투쟁의 장기화에 따른 의원들의 체력 저하 이슈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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