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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韓엔터 성장통…K팝 명성잇는 글로벌 플랫폼 탄생 계기돼야

◆SM 인수전 가열…국내 산업 영향은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하이브-카카오 양측 '쩐의 전쟁' 불사

'공개매수' 난타…이달말 주총서 판가름

시장 독과점·다양성 훼손 변수로 남아

국내 엔터산업에도 경영체제 변화 바람

전문형서 종합형 CEO로 자리바꿈 추세

콘텐츠 확보위한 플랫폼기업 대결 구도등

경영권 분쟁은 산업 성숙과정의 한 단면

SM,아티스트 육성·프로듀싱에 탁월

우수 인력 증발시킬 '진흙탕 싸움' 안돼

K팝 발전 시너지, 인수과정서 모색돼야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상황이 바뀌고 있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이번 사태의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1년 전인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엔터 매출의 6%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고 있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일반 주주를 등에 업은 얼라인파트너스의 공세에 SM엔터 이사진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얼라인파트너스 측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올 들어 SM엔터 현 경영진이 이 전 총괄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2월 3일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가 ‘SM 3.0’을 발표하면서 SM엔터는 이 총괄 체제에서 벗어나 멀티 제작 센터와 레이블(음반사) 체제로 전환할 것임을 밝혔다. 2월 7일에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가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해 SM엔터 내 이 전 총괄의 영향력을 축소하고자 했다. 위기를 느낀 이 전 총괄은 2월 8일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한 데 이어 2월 10일 하이브에 자신이 보유한 18%의 지분 중 14.8%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브는 공개 매수로 주당 12만 원에 SM엔터 지분 25%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매수에 들어간 2월 28일 주가가 12만 원을 웃돌아 0.98%를 매수하는 데 그쳤다.

SM엔터 경영권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는 법원의 가처분 소송이었다. 상법상 ‘회사가 주주 아닌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려면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이브 측에서는 카카오가 제3자 인수 방식으로 SM엔터 주식 9.05%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SM엔터가 현재 자금을 시급하게 조달해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며 자금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주주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을 택한 것은 적대적 M&A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현 경영진을 포함한 카카오 측은 자신이 적대적 M&A 세력이 아니고 ‘SM 3.0’의 장기 계획 실현을 위한 전략적 제휴라며 상법상 ‘경영상의 목적’임을 강조했다. 법원은 3월 3일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인용해 이 전 총괄과 하이브의 손을 들어줬다.

카카오는 그러나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26일까지 주당 15만 원에 SM엔터 지분을 최대 35%까지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것이 실현되면 SM엔터 지분을 39.91%까지 확보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로부터 투자받은 약 1조 2000억 원의 자금이 있는 데다 SM엔터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 때 높은 주가를 기대할 수 있어 공개 매수가 무리수는 아니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주총회가 3월 말 열리면 카카오와 하이브 중에서 누가 승자가 될 지 알 수 있다.

남은 변수는 하이브의 SM엔터 인수로 불거질 국내 음악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다. 현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액 300억 원 이상인 상장회사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하이브가 SM엔터 지분 15% 이상을 소유하면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으로 인한 시장 경쟁 제한 여부,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 기업결합에 따른 효율성 증대 효과 등을 조사한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식 일부의 처분이나 결합회사의 특정 행위 금지 등의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하이브의 SM엔터 인수에는 독과점 외에 K팝의 다양성 이슈도 있다. 하이브와 SM엔터가 결합하면 각자 추구하던 경영, 참여 분야 및 아티스트 스타일이 유사해져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다양성은 창의성과 연결돼 경쟁력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반면 하이브와 SM엔터의 결합은 아티스트 라인 구성상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즉 BTS 공백을 메꿀 수 있고 과거와 현 세대의 적정한 아티스트 라인업이 갖춰지는 등 시너지가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해외 거대 공룡 음악 메이저에 대응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엔터 산업이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성장통으로 보인다. 1세대 오너 경영 체제가 바뀌고 플랫폼의 수직 계열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엔터 기업 최고경영자(CEO)에는 아티스트 CEO와 전문경영인 CEO 등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아티스트 CEO는 엔터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창작 역량을 기반으로 스스로 창업하고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음악 전문형 CEO다. 이수만·양현석·박진영·방시혁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엔터 기업 CEO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전문경영인 CEO는 대기업으로서 음악·영화·방송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 등 다각화된 사업을 경영하는 종합형 CEO다. 디즈니와 같은 미국의 메이저 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음악 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그리고 전문형에서 종합형 CEO로 바꾼다. 이때 아티스트 CEO들은 전문경영인 CEO에게 자리를 내준다. 이번 사태가 정상적인 리더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인지,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강요된 결과인지를 가늠하려면 한국의 현 음악 업계가 종합형이고 대기업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역사는 플랫폼과 IP 사이의 대결로 이어져왔다. 과거에는 플랫폼이 우세했지만 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인한 플랫폼 다양화로 이제는 IP 기업이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 콘텐츠가 왕이 된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으로서는 IP와 아티스트 확보를 통한 수직 계열화가 매우 중요하다. 하이브는 기본적으로 IP 기업이지만 위버스 등의 자사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며 네이버와 제휴해 네이버를 배후에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IP 확보를 통한 수직 계열화를 위해 카카오와 네이버 두 플랫폼 공룡이 싸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인수 경쟁은 한쪽에서 주장이나 행동이 나오면 다른 쪽에서 즉각 반발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경영권 확보만을 위한 싸움이 지속된다면 어렵게 일궈온 K팝과 한류의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잡음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까지 SM엔터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독특한 기업 문화와 창의적 인력을 기반으로 하는 아티스트 양성 및 프로듀싱 시스템 등의 우수한 DNA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경영권을 누가 확보하든 새로운 인수자는 SM엔터의 정체성과 장점을 그대로 살려야 할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등 인력이다. 인수 과정에서 이들 인력이 증발해버리면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실체가 없는 허상만 남게 된다. 인수자가 SM엔터의 고유성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이념을 심으려고 한다면 반발과 인력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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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문화 콘텐츠 분야의 대표 전문가 중 하나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삼성영상사업단 등에서 근무했고 문화체육관광부·기획재정부 등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한국문화경제학회·한국예술경영학회 회원이며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미래산업전략연구소 소장,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분과위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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