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부친 농지법 위반 의혹 제기에 반발해 대선 출마 포기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과 관련, 방송인 김어준씨가 "윤 의원의 해명이 잘 납득이 안 된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김씨는 26일 자신이 진행을 맡고 있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윤 의원이 사퇴 선언을 했는데 정치권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며 "정치 공방은 항상 있는 일이고, 정치권의 농지법 위반 이슈도 흔해서 그냥 넘어가려 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김씨는 "사퇴 선언까지만 있었어도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를 '야당 탄압', '연좌제'라고 하고, 언론에서는 '정치인의 품격', '신의 한 수'라고 보도하니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고 상황을 짚었다.
김씨는 이어 "윤 의원의 해명은 본인은 그 농지 구매를 알지도 못했다는 것"이라며 "그럼 동대문 사시는 부친이 당시 딸 사는 동네에 10억 주고 논을 샀는데 그걸 딸에게 비밀로 했다는 거 아니냐. 해명이 잘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씨는 "차라리 같이 농사지으려고 했다면 이해가 가겠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게 왜 야당 탄압이 되는 거냐"라고 쏘아붙인 뒤 "(언론에서) 자꾸 '윤 의원의 분노'를 보도하는데 누가 땅을 강제로 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누구를 대상으로 분노하는 건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김씨는 "현지 부동산에 알아보니 매입 당시 시세가 대략 (평당) 25만 원에서 30만원 선이었다"면서 "지금 호가가 150만 원가량으로 시세차익이 30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씨는 "여당의 양이원영 의원도 어머니 문제로 출당했는데 왜 연좌제라며 분노하냐"며 "여야 의원 전원이 직계가족 조사에 동의하고 시작했는데, 3대 위 할아버지가 '빨치산'이라고 했나, 왜 연좌제라고 분노하냐"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앞서 윤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법령(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권익위는 윤 의원의 부친이 지난 2016년 5월 세종시에서 1만871㎡의 농지를 산 뒤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맡긴 뒤 매년 쌀 7가마니를 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뿐만 아니라 권익위의 현지 조사 때만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로 주소지를 옮긴 사실도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윤 의원은 이같은 권익위의 발표에 반발하면서 대선 출마 포기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며 의원직 사퇴 의지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권익위가 발표한 부동산 의혹 의원 12명 중 윤 의원을 포함한 6명은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 나머지 6명 가운데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제명, 5명은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윤 의원은 본인 가족의 의혹이 정권 교체에 걸림돌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윤 의원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 교체의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권익위를 향해 '끼워 맞추기 조사', '우스꽝스러운 조사'라고 비판하면서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아버지를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사퇴가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도덕성 기준을 높이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보통의 국민보다 못한 도덕성 자질을 가진 정치인을 국민들이 포기하고 용인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다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저는 그런 모습을 바꿔보겠다고 대선에 출마했다. 저는 여기서 꺾이지만 제가 가고 싶었던 정치인의 길을 가는 것을 국민들이 보시고 정치인을 평가할 때 도덕성이나 자질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