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현대사는 서구 열강에 의해 반(半) 식민지가 된 이후 이를 저항하고 극복해 가면서 시작했다. 사회주의 체제가 들어선 이후엔 국민국가 건설과 공업화를 통해 서구를 추격하는 과정으로 보는 시선과 반제?반봉건 투쟁을 통해 독자적 국가로 올라서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공존한다. 현대 중국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1919년 5?4운동부터 계산하면 중국현대사도 약 100년이 됐다.
중국현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는 신간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 가지 사건’에서 이 기간을 ‘100년의 변혁’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5?4운동, 1949년의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1989년 톈안먼(天安門) 운동 등 세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 변혁의 역사에 관해 정리한다. 평소 중국현대사 개설서를 써 보고 싶었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소 변형된 형태로나마 소망을 풀었다고 밝힌다.
약 한 세대 간격으로 벌어진 세 사건 모두 우연히도 공론장 성격이 강한 톈안먼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저자는 이 사건들을 꿰뚫는 특징이 ‘민(民)의 결집과 자치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각 사건에서 등장하는 변혁의 주체는 1919년엔 신청년과 각계민중연합이었고 1949년엔 공산당과 인민이었으며 1989년엔 자치를 시도한 군중들이었다고 돌아본다. 각각의 연도별로 하나씩 모두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초반에 각 사건을 개관한 뒤 주요 쟁점별 심화된 읽기, 한 국가의 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역사로의 논의의 확대를 꾀한다.
백 명예교수는 중국현대사를 얘기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미?소 냉전 시대처럼 한쪽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권력 이행기로 일컬어지는 강대국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당부다. ‘중국이 우리에게 무엇인가’가 아니라 ‘중국에게 우리가 무엇인가’로 물음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남북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하고 좀더 평화롭고 생태친화적이며 인간적 체제를 수립한다면 중국이 보는 한반도의 비중도 한층 커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2만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