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신촌거리는 '영국'이 가득 채웠다. '그레이트 브리튼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의 첫 방한이라는 볼거리가 있었지만 특히 눈에 띈 것은 나부끼는 플래카드에 쓰인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라는 글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국주의 시대 그 오만한 대영제국의 의미가 아니다.
2012년 영국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세우고자 만든 새로운 개념의 국가 브랜드다. 대영제국의 전통과 함께 현대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의미의 '대(大)'가 붙어 있지만 세계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는 영국과 차이가 있다. 우리가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달성했음에도 경제 외의 다른 분야까지 모범으로 삼을 만한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시작된 한류는 국가 이미지 전환의 계기였다. 다만 K팝 등의 폭발적인 인기에도 한계 또한 만만치 않다. '한류'를 포함한 한국 문화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도도한 역사적 흐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국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세계에 알릴 구심점이나 상징물이 필요하다.
정부가 국가 브랜드 슬로건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이유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 한국과 한국인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다움'을 찾고 이를 세계인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내년 초 확정할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가 한국다움 찾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이유다. 유구한 5,000년 역사의 전통과 광복 70년의 기적적 부흥은 이미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였다. 이제는 세계인과의 공감을 통해 지구촌 속의 한국을 아로새길 때다.
장동련 국가브랜드개발추진단장은 "국가 브랜드는 한 국가에 대한 인지도·호감도·신뢰도 등 유무형의 가치를 총합한 것"이라며 "우리의 국민참여형 국가 브랜드 개발은 참 대한민국을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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