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박소정 더 트리니티 대표
연재 중
아트 비즈니스
3개의 칼럼 #문화
  • 아트 비즈니스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열대성을 방불케 하는 도심 속에 선 사람들은 '기후'가 아닌 '재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느낀다.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은 더 이상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그런 무더운 시간 속에서 예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블루력’은 무엇일까. 냉방보다 오래 지속되고, 차가운 물보다 더 깊이 스며드는 감각. 자연을 관조하며, 순환과 흐름을 새롭게 체감하게 만드는 예술적 경험이다. 최근 예술계에서 현대미술 아티스트들은 두 축, ‘환경에 대한 각성’과 ‘내면적 치유’를 공감각적으로 풀어낸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성찰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현대미술 사례로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 사자상 수상작, 리투아니아 작가 3인(루길레 바르즈쥬카이테, 바이바 그라이니테, 리나 라페리테)의 협업작 ‘태양과 바다·Sun & Sea’를 들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의 초청으로 서울 성수동에서 국내 첫 공연이 진행되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태양과 바다 : Sun & Sea’는 실내 전시장에 인공 해변을 설치하고, 수십 명의 배우가 하루 종일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피서객을 연기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배우들은 해변에 누워 책을 읽거나, 개를 산책시키고,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관람객은 무대 아래가 아닌 복층 위층에서 내려다보며, 일종의 ‘태양의 시선’으로 휴양지의 한 장면을 조망하는데, 아래에서 들려오는 오페라 형식의 음악은 평화로워 보이는 장면 속에서 은연중에 ‘기후 위기 속, 이 풍경이 언제까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생태와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유쾌하고도 날카롭게 전달하기에 성공적이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예술적 접근이 날 선 경고음이라면, 자연을 마주하는 또 다른 예술의 역할은 감각적 치유에 있다. 정서적 이완과 공감이 가능한 임창민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임창민 작가가 담아낸 자연의 장면은 압도적으로 푸르다. 현대적인 건축미가 차갑게 느껴지는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의 실내 창 너머로, 시선이 닿는 끝까지 펼쳐진 수평선 위에 이는 파도와 물결, 그리고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윤슬이 실제 바다처럼 느껴지는 아부다비 해변을 고요하게 감상해보자. 스위스 마터호른의 한 호텔 내부에서 창을 통해 고요한 설원 위로 눈발이 흩날리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른 아침 새하얀 눈과 푸른 알프스산맥이 맞닿는 장면은 시각적 온도를 단번에 낮추며 관람자의 체온까지 식혀주는 듯한 시원한 몰입감을 유도한다. 이처럼 임창민 작가는 멈춰 있는 실내의 사진과 창밖 자연의 영상 작업을 결합한 독창적인 방식을 통해, 자연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한 화면 안에 담아내 온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포틀랜드의 폭포와 호수, 한국의 섬진강과 대관령 등 그가 직접 머물며 기록한 아름다운 블루의 풍경을 창을 통해 전달한다. 작품 속에 항상 자리하는 ‘창’이라는 모티프는 단순한 액자가 아닌 ‘시간의 프레임’으로 작동하는데,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이 화면 속에 포착되며, 정지된 듯 흐르고 흐르는 듯 멈춰 있는 시공간의 경계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계절의 흐름, 자연의 호흡, 그리고 자신의 기억과 감각이 겹쳐지는 새로운 감각을 경험한다. 특히 두 장소를 작가의 시선과 기술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로 병치시키며, 정제된 공간감과 생명력 넘치는 자연이 공존하는 이중적 풍경을 형성한다. 이러한 시각적 긴장과 조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서도 잠시 머물고 싶게 만드는 ‘감각적 청량함’을 선사하며 서로 다른 시공간을 넘나드는 비물리적 여행을 유도한다. 폭염 속에서도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각자의 속도와 온도로, 예술과 공명하며 ‘Chill’해지기를 바란다. 자연의 영속성과 시간의 순환에 대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사유는 결국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각적 생존 전략이며, 무엇보다도 이 여름을 견디게 하는 가장 우아한 ‘블루력’일지도 모른다.
    2025.07.16 15:30:54
    기후 위기와 예술의 응답, 지금 필요한 ‘블루력’
  • 아트 비즈니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조된 감각의 결핍은 오히려 새로운 문화 소비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더 이상 공간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오감(五感)의 스크립트를 담아내는 감성플랫폼이 되고 있으며, 예술은 그 플랫폼을 작동시키는 정서적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기업과 브랜드는 공간을 물리적 배경이 아닌, 예술과 경험을 결합한 큐레이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도 각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사운드 브랜딩’은 글로벌 호텔, 자동차 브랜드, 문화 공간 등의 전략적 화두다. 이는 더 이상 예술이 '장식'이나 '배경'이 아닌,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비자와 정서적 공감을 만드는 매개가 되고 있다. 일찌감치 패션 브랜드에 있어서는 루이비통이 브랜드의 현대, 미래적 철학을 강조하고자 미니멀리즘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와 같은 아티스트와 협업해, 패션과 음악의 미니멀 세계관을 연결해왔다. 구찌는 아방가르드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험적인 사운드와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샤넬은 전통과 현대의 우아함을 전하기 위해 클래식에 대중음악을 선택한다. BMW는 전기차 사운드를 위해 독일의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와 협업하며 운전 중 사운드의 경험을 브랜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브랜드 전략으로서의 ‘사운드 브랜딩’을 이야기하기 이전, 예술의 본질은 언제나 서로 다른 감각의 대화를 통해 탄생해왔는데, 이 지점에서 순수한 영감의 교류로서 서로의 뮤즈가 되었던 현대미술가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음악가들의 사례는 흥미롭다. 마침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로 경험하는 것’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가진 영국의 하이파이 스피커 케프 코리아가 신라호텔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VIP프로그램의 세션 진행을 필자에게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가 조각가 헨리무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케프 ‘뮤온’의 청음회였다. 아트디렉터로서 공간과 음악, 현대미술이 청중에게 하나의 울림으로 전달되도록 예술과 예술을 잇는 여정을 준비했다. 고전부터 동시대 작곡가의 실험적 사운드의 각 곡을 하나의 예술 작품과 짝지어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하여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 협업이 단순한 청음회를 넘어, 예술이 삶과 만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기를 바랐다. 한때 한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에브리바디스 체인징’으로 브리티쉬펍을 대표해온 영국밴드 ‘킨’은 2차원의 사진을 3차원의 조각으로 구현하는 ‘데오도란트’연작을 통해 잘 알려진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아티스트 권오상 작가의 팬이다. 킨은 음반을 구상하는 중 권 작가에게 앨범 커버를 위한 작품을 의뢰를 했고, 그는 킨의 멤버 4명을 전신 조각상을 작업하기위한 사진작업을 위해 런던으로 건너갔다. 완성된 조각작품은 킨의 콘서트 무대에 서기도 했고, 킨이 첫 한국 내한을 결심하게 된 인터뷰에서 아티스트 권오상의 추천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한 바가 있다. 내한 콘서트에서는 권 작가를 스피커 바로 옆으로 초대했는데, 그 순간 킨의 라이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 작업 중에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작업에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서로의 뮤즈가 된 셈이다. 회화와 사운드를 하나의 감각적 언어로 스스로 통합해 활동하는 아티스트들도 있다. 현재 활동하는 아티스트 ‘이시 우드’의 회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오브제와 초현실적 정서는, 사운드 작업으로까지 전이시키며 동시대인의 불안과 무의식을 공감각적으로 포착하는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단순히 음악에서 회화적 영감을 받는 것을 넘어, 두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오디오와 비주얼의 서사를 일관된 철학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밤, 우리는 한 음의 울림이 어떻게 하나의 회화와 연결되고, 한 작가의 숨결이 어떻게 선율과 공명하는지를 경험했다. ‘소리의 예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가 아니었을까. 음악과 미술, 서로 다른 감각의 예술이 서로를 비추며 뮤즈가 되는 순간, 예술은 감각을 넘어 우리 내면에 깊이 각인된다.
    2025.06.10 14:03:39
    뮤즈가 된 음악, 영감이 된 현대미술
  • 아트 비즈니스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었던 올해 설 연휴는 ‘출근 포비아’를 겪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더 없이 특별한 선물이었다. ‘출근 포비아’는 직장인들이 출근길 지옥철부터,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 조직 내 갈등,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출근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고 싶어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국내외 기업들은 유연근무제와 원격근무를 도입, 사내 웰빙 프로그램과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출근하는 것이 좀 더 즐거워지는 기업이 될 수는 없을까.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만족도가 곧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신념으로 성숙한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보자. 그들은 출근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과 디자인’을 조직 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아트 오피스’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단순히 사옥의 인테리어나 장식적인 요소를 넘어서, 지역 작가들과의 협업, 예술 작품을 통한 환경 조성, 아트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아트 오피스 캠페인을 확장해 왔다. 구글의 글로벌 오피스는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 예술 작품과 디자인을 통해 독창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색상의 벽화가 사옥 곳곳 예술작품으로 채워져 있으며, 직원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용 예술 공간을 마련하여 직원들에게 창의성을 자극하는 예술적 공간 자체가 되도록 한다. 회사를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장소로 탈바꿈 시켜 업무 만족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의도다. 링크드인의 실리콘밸리 본사 역시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과 설치 미술이 연출돼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형 공용 라운지에는 인터랙티브 아트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직원들이 예술과 상호 작용하도록 유도한다. 기업 사옥 라운지가 인터랙티브 전시관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예술적 환경은 직원 간 소통을 촉진하여 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협력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외 본사 캠퍼스와 글로벌 오피스에 소장품들을 배치해 ‘예술과 기술의’조화를 강조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내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이 창작활동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페이스북, 애플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현대의 글로벌 기업들이 아트 오피스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술’이 가진 힘에 있다. 예술은 인간의 감성과 직관을 자극하며, 고정된 사고를 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주말에 갤러리와 미술관을 찾아 전시를 감상하는문화생활을 하며 일상에서 지친 감정적 환기를 통해 활력을 얻는 이유다.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아트 오피스의 핵심이다. 아트 오피스가 출근 포비아를 극복하는데 효과적인 이유다. 더불어 아트 오피스를 도입해야 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반드시 글로벌 기업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제도권 안에서 경직된 공공기관의 공무원 조직, 보수적인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기업, 전통적인 생산 라인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는 직원들이 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유도하는 반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는 종종 위축된다. 아트 오피스는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제조업과 같은 산업에서도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예술적 요소는 생산자들이 반복적인 작업에 갇히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창의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 아트 오피스는 디자인, 공학, 그리고 생산 공정 등에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들 역시 미래지향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때마침 최근 기아차가 임직원 문화복지를 위한 아트 오피스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한다. 기아 본사 사옥의 비상계단실과 공용 라운지가 예술과 함께하는 아트오피스로 새롭게 단장할 예정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에는 한발 더 나아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설립된 해외 지사 들과 연계 아트 오피스 캠페인까지의 확장을 기대해 본다.
    2025.02.18 17:54:22
    출근 포비아와 아트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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