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의 적십자간호대 인수는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범훈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외압을 행사해 관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 탄원서가 박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앙대는 탄원서 내용이 진상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5일 한적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적 퇴직자들의 모임인 적십자사 동우회는 지난 3일 중앙대의 적십자간호대 합병 문제를 다룬 탄원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보냈다.
탄원서에는 중앙대가 적십자간호대를 합병해 2012년 ‘중앙대 적십자간호대’로 출범하기까지 외압이나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담겨 있다.
한적은 3년제였던 적십자간호대를 4년제로 만들기 위해 각계 인사들로 이뤄진 적십자간호대 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2010년 11월 발전위원회는 4년제 대학 추진 방안으로 다른 대학과의 합병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합병 공고가 나왔고 홍익대와 성신여대, 중앙대 등이 신청했다.
탄원서는 2012년 2월 한적의 합병 실무추진단이 여러 자료를 토대로 홍익대를 적절한 합병 대상이라고 보고했지만 발전위원회에서는 이를 외면한 채 같은 달 중앙대를 우선협상대상 학교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문제삼았다.
아울러 적십자간호대의 부지와 건물 등 1천억원 가까운 재산이 중앙대로 넘어가는 사안이라면 한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의 승인을 얻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이런 절차도 안 거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탄원서에는 중앙대가 국민 성금으로 설립된 적십자간호대를 합병하면서도 한적 측에 단 한 푼도 주지 않고 ‘무상인수’했다는 주장이 강조돼 있다.
중앙대 외에 합병 공모에 참여했던 다른 대학 중에는 한적에 수백억원의 발전기금을 내겠다고 제안한 곳도 있었다고 동우회 측은 전했다.
한적 동우회 관계자는 “적십자간호대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부당하게 발생한 이득은 재벌이 운영하는 사학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다시 환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앙대는 이런 탄원서 내용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적십자간호대 발전위원회는 중앙대가 의과대학을 보유한 점을 높이 평가하는 등 여러 요소를 두루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적십자간호대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주체는 한적과는 별개 법인인 이 학교의 이사회인데, 중앙대와의 합병 문제는 학교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중앙대의 설명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탄원서에 나온 ‘무상인수’ 주장과 관련해서는 “돈을 주고받으며 사립학교를 매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적십자간호대를 합병하면서 약속한 것은 2016년까지 300억원대의 기금을 만들어 간호대 발전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1∼2013년에 190억원이 간호대를 위한 적립금과 시설공사 등에 투입됐고 작년 투자액은 아직 결산 중”이라며 “약속이 무난하게 이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적 동우회 측은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학교 설립자인 김희수 전 이사장의 장학·문화 재단에 1,200억원을 출연한 것처럼 중앙대도 얼마든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한적에 기부할 방법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반박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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