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환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이사 회장
연재 중
AI 장기재생과 역노화
2개의 칼럼 #과학기술
  • AI 장기재생과 역노화
    전기차 무인운전 혁명은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신념과 실행력의 승리였다. 10여 년 전 도요타·GM·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무인운전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달랐다. 그는 “전기차 무인운전은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하게 된다면 그것은 싸워볼 가치가 있다”고 외쳤다. 머스크의 성공은 기술이 아닌 철학·구조·사고방식의 세 가지 혁신에서 비롯됐다. 세상에서는 그를 ‘미친 몽상가’라고 불렀지만 그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했다. 이제 테슬라와 같은 패러다임 전환이 의료산업, 특히 인공지능(AI) 초개인화 장기재생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다. 머스크가 처음부터 ‘자동차’를 팔았던 것이 아니듯 AI 장기재생 또한 단순히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머스크가 석유 이후의 AI 자율주행 모빌리티 문명을 꿈꿨다면, 장기재생 플랫폼은 인간 스스로의 재생 능력을 회복하여 장기 재생률을 90% 달성하고 의료비를 반감시키는 생명철학을 목표한다. 이는 단백질이나 성분 기반의 단순한 치료 패러다임을 넘어 병원 중심에서 개인 중심 의료로, 치료 중심에서 재생 중심으로, 대량치료에서 AI 기반 초개인화로 의료의 대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결국 AI 장기재생 혁명은 바이오기술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재설계이며 인류의 ‘치료’ 개념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테슬라의 자동차산업 구조 혁신처럼, 재생 의료도 의료의 구조를 다시 짜는 길이다. 전기차의 3대 난제는 배터리, 충전 인프라, 수익성인데 머스크는 이를 각각 풀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했다. 기가팩토리를 통해 배터리의 원가를 낮추면서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했고 가격 전략도 고급→중가→대중차로 내려가는 3단계 전략을 펴 산업 전체의 구조를 재편했다. 의료산업의 장벽과 도전과제도 이와 유사하다. 재생세포 확보의 윤리적·면역학적 한계, 조직재생의 정밀도 한계, 임상 및 규제의 복잡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오래된 장벽에 대한 첫 균열의 시작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물실험 대체법(NAMs)에서 시작됐다. NAMs는 인체생리학 중심의 3차원(3D) 인공장기유사체, 인체 디지털트윈, AI 모델링 등을 통해 100여 년 된 동물시험을 대체한다. 기존 동물 전임상의 경우 임상 3상까지 성공확률이 7~8% 수준에 불과하지만, NAMs는 이보다 훨씬 높은 정확성, 윤리성,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도입이 늦은 감이 있다. 따라서 AI, 재생세포, 바이오잉크,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합한 AI 장기재생 플랫폼이야말로 재생의료 산업의 ‘기가팩토리’라고 할 수 있다. 이 통합형 접근은 기술을 넘어 의료 인프라의 재정의를 뜻하는데 이미 재생률과 경제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도전과 실패를 브랜드로 바꾸는 철학이 필요하다. 머스크는 자동운전이 실패하거나 우주발사체(로켓)이 폭발했을 때조차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 과정이 우리를 앞당긴다”고 말했다. 장기재생 의료도 마찬가지다. “AI로 장기를 재생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다”라는 조롱과 의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미 당뇨발 등 피부 재생에서는 상용화에 나섰고 연골도 임상 단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심지어 신장·심장 재생조차 임상 단계로의 진입을 준비하는 등 엄청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비현실적’이라는 말은 결국 아직 누구도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결국 전기차가 ‘석유 이후의 자동운전 문명’을 설계했다면 AI 장기재생 플랫폼은 ‘치료 이후의 재생 문명’을 설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플랫폼은 난치병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AI 장기재생 과정을 거쳐 약 90%의 재생률과 의료비 50% 절감 효과로 연결지은 뒤 또 다시 그 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디지털트윈 순환 생태계로 변환시킬 것이다. 이는 단지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무한한 장기(Timeless Organ) : 시간을 넘어선 재생 인류’ 라는 새로운 인문학적 목표를 향한 도전이다. 이 의료 패러다임의 거대한 대전환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우리가 2~3년간의 골든타임을 살려 AI 장기재생 혁명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철학을 가다듬어야 엄청난 기회를 차지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우리가‘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에 그치지 않고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는 길이다.
    2025.10.08 11:09:06
    전기차 무인운전 혁명에서 AI 장기재생 혁명으로
  • AI 장기재생과 역노화
    고대 경전 속에서 인간은 단순히 장수하는 존재가 아니라 거의 불멸에 가까웠던 것으로 묘사된다. 성경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무드셀라와 아담은 무려 969세와 930세를 살았고, 이슬람 전통에서는 노아가 백성들 사이에서 950년을 보냈다고 돼있다. 조로아스터교의 아베스타 경전에는 이란의 전설적인 왕인 잠쉬드가 700년 이상 통치한 것으로 쓰여있다. 중국 도교의 신선 팽조는 불로장생의 상징이자 신선으로 여겨지는데 800세를 살았다고 전해진다. 불교의 교리에서는 도덕과 계율을 지키면 수명이 8만년에 달할 수 있다고 가르쳤는데 이는 우주적 순환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히 신화나 민간 설화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신성한 우주의 질서와 순환, 그리고 죽음을 초월하려는 인류의 영원한 열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장수 신화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일단 성경을 기준으로 한다면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후 인간의 수명은 120년 이하로 제한되며 급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종교적인 신화의 영역이긴 하지만 왜 인간의 수명이 900년에서 지금의 100세 이하로 줄어들었을까? 진화생물학자들은 ‘적대적 다면발현(antagonistic pleiotropy)’ 이론을 제시한다. 이는 특정 유전자가 홍수나 재연재해 등 위기 상황에 처하면 빠른 성장과 다산 능력을 강화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생체 에너지의 한계로 암, 염증, 조직 손상 등으로 노화가 가속화된다는 자연 선택의 경제학이다. 그 결과 인간의 수명은 주는 반면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다는 이론이다. 창조론적 관점에서는 “노아의 홍수 이전에 지구를 보호하던 수증기 돔이 붕괴해 우주 방사선과 자외선 노출이 증가하며 수명이 단축됐다”는 가설이 있다. ‘수증기 돔’ 이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많지만 우주 자외선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엄연히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다. 이는 신앙과 과학을 융합하려는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노화 시계 늦추기의 과학: 12가지 코드와 수십억 달러 베팅 현대 생물학에서 노화 코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해킹을 통해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노화에 대해 질병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인정하고 진단 코드(XT9T/MG2A)를 마련했다. 생물학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셀(Cell)’은 ‘노화의 특징(The Hallmarks of Aging)’에 관해 2013년 9대 지표를 2023년 12가지 지표로 업데이트했다. 노화의 근본적 원인은 유전체 불안정성, 텔로미어 소모, 후성유전 변화, 단백질 항상성 상실, 자가포식 장애, 영양 감지 교란,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세포 노쇠, 줄기세포 고갈, 세포간 통신 변화, 만성 염증, 장내 미생물 불균형에 있다는 것이다. 12대 노화의 원인을 분석하면 과학적인 성취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12대 지표에 대해 정밀 타기팅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게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유전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강조하는 장수물질인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누클레오티드)은 세포 호흡 엔진의 점화 효율과 미토콘드리아아의 효율을 높여주고 염증을 유발하는 ‘좀비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돼있다. 원래 장기 이식 후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로 개발된 라파마이신도 면역 세포의 경로를 조절해 칼로리 제한 효과를 촉진시켜 동물 실험에서 건강 수명을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포르민, 아카보스, SGLT2 억제제, GLP-1 작용제(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티드) 역시 당뇨약에서 재탄생해 항노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OSK/OSKM 인자를 통한 부분적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쥐의 노화를 억제하기도 했다. 현재 노화 연구에서 다양한 인체 임상이 진행 중으로 결과는 엇갈리는 경우가 있으나 일단 당뇨나 심장병을 지연시키는 효과에 대한 증거는 탄탄히 축적돼 있다. 여기에 칼로리 제한, 운동, 충분한 수면, 미생물 조절과 같이 일상 속 작은 변화나 기술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라이프스타일 해킹’을 더하면 장수의 길이 확대된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2025년까지 장수 산업(Longevity Industry)의 가치가 최소 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고 일부에서는 2030년께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인류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가 이뤄지면서 ’건강 수명(healthspan)’을 연장시키려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주목한 AI, 빅데이터, 유전체학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연금·보험·건강 관리·은퇴 관련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장수 산업의 규모가 이미 수조 달러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AI: 영원한 젊음의 터보차저 인류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노화 코드의 발견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한 데미스 하사비스의 알파폴드3(AlphaFold3)는 약 80만 개 단백질과 화합물을 스크리닝해 세 가지 신규 항노화 타깃을 발굴했으며 동물과 오가노이드 실험에서 검증됐다. AI는 오랜 약물 개발 기간을 수개월로 단축하고 비용을 족히 90%나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는 자동차로 치면 출력 향상, 연비 개선, 배기가스 활용이 가능한 터보차저인 셈이다. 얼마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제80주년 전승절 열병식 행사장으로 함께 이동하며 생명 연장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먼저 푸틴 대통령이 “생명공학은 발전하고 있으며 인간의 장기를 끊임없이 이식할 수 있어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하자 시진핑 주석은 “일각에서는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화답했다. 진시황이 꿈꿨던 불로장생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신화에서 시장으로: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고대 경전에서는 인간의 장수를 도덕과 신화로 설명했으나 오늘날의 의학과 바이오헬스, 공학에서는 실제 수명 연장과 노화 억제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AI가 면역억제, 노쇠 관련 분비 표현형, 후성유전, 자가포식 같은 비밀코드를 공략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진화하다보면 어쩌면 앞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최종 승자는 질환 치료제가 아니라 인간의 장기 재생과 역노화를 통해 수명 연장을 이룰 수 있는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의 역노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AI와 첨단바이오를 융합해 혁신하는 게 급선무다. 과연 미래 노화 해결의 ‘스위치’를 AI와 바이오로 연결해 해결할 수 있는 혁신기업은 누가 될까?
    2025.09.29 11:14:56
    900년 불멸 신화에서 조 달러 장수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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