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최초로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일궈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자매들이 또 하나의 빛나는 이정표에 도전한다. 한 시즌 메이저대회 4승 합작이 그것이다. 무대는 14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 골프장(파71·6,470야드)에서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65만달러)이다.
올해 앞서 치러진 4개 메이저에서 한국 선수들은 우승컵 3개를 챙겼다. 유소연(27·메디힐)의 ANA 인스퍼레이션을 시작으로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US 여자오픈, 김인경(29·한화)이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했다. 나머지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는 재미교포 대니얼 강이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3년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메이저 3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적도 있지만 단일 시즌 메이저 4승은 아직 나온 적이 없었다. 이번 에비앙 챔피언십마저 한국 선수가 우승한다면 미국 LPGA 투어에서 한국계 선수가 5대 메이저를 싹쓸이하는 ‘코리안 슬램’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게 된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한국 선수들과 인연도 깊다. 메이저 승격 전 신지애(2010년)와 박인비(2012년), 승격 후 김효주(2014년)와 전인지가 우승했다.
진기록 사냥의 선봉에는 전인지(23)가 선다. 에비앙은 지난해 전인지에게 미국 무대 데뷔 첫 우승과 신인상을 안겨준 ‘약속의 땅’이다. 당시 전인지는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적어내 남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최다 언더파와 여자 메이저 72홀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우승 없이 준우승만 5차례 기록 중인 전인지에게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 3회의 우승 갈증을 씻었던 추억이 좋은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인지는 ‘메이저 체질’이기도 하다. LPGA 투어 통산 2승을 2015년 US 여자오픈과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등 모두 메이저에서 거뒀고 한미일 투어 통산 13승 가운데 메이저 승수가 7승으로 절반을 넘는다. 전인지는 12일 LPGA 투어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골프에서 스코어가 중요하지만 즐거운 프로골퍼가 되는 게 꿈인 만큼 성적을 뛰어넘어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것을 계속 생각하고 배우는 중”이라면서도 “나흘 내내 모든 게 잘됐던 지난해 이 대회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우승 의지를 내비쳤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과 3위 박성현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해 전인지에 이어 나란히 4타 차 공동 2위를 했던 둘에게는 설욕 무대이기도 하다. 세계랭킹과 상금·다승 등을 놓고 경쟁 중인 둘은 마지막 메이저 우승을 놓칠 수 없다. 둘은 똑같이 시즌 2승을 올렸고 상금순위에서는 박성현이 1위, 유소연이 2위에 올라 있다.
허리가 불편한 박인비가 불참하지만 브리티시 여자오픈 챔피언 김인경,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김효주, 장타자 김세영, 유럽 투어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미향 등 강자들이 즐비해 있다. US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한 뒤 최근 프로로 전향한 ‘특급 신인’ 최혜진(18)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혜진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뒀고 프로 데뷔전에서도 5위를 차지했다.
한국 군단을 견제할 상대로는 직전 대회인 인디 위민인테크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기록한 렉시 톰프슨(미국)과 톰프슨에 이어 준우승하며 부활을 알린 리디아 고, 이 대회 2013년 우승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이 꼽힌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미야자토 아이(일본)는 2009년과 2011년 우승했던 이 대회를 은퇴 무대로 삼는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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