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통화정책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국민연금’을 31차례나 언급하면서 “국민연금 기금과 민간 자산이 동시에 해외로 나가면서 환율이 한 방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환율 배경에 국민연금과 서학개미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거시경제까지 고려해야 하는지 고민될 수 있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적절한 대응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외환 당국이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과 함께 4자 협의체를 구성한 취지와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 집행과 회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율 변동에 대비한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에 활용하는 것이 국민 자산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오히려 노후 자산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해외 자산 확대가 향후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국민연금은 다른 나라와 달리 운용 자금이 가파르게 늘었다가 고령화가 심화하면 투자 자산을 팔아 빠르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해외로 돈을 많이 가지고 나가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원화를) 절하하는 영향을 주고 가져올 때는 절상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원화 표시 수익률이 높지만 향후 연금이 해외 자산을 팔아 환율이 내려갈 경우 수익률도 동시에 낮아진다는 뜻이다. 결국 환 헤지를 통해 일부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운영 안정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게 이 총재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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