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이공계 수험생들의 ‘반도체학과’ 선호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업체 진학사는 26일 반도체공학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5개 대학(고려·서강·성균관·연세·한양대)의 정시 모의 지원에서 해당 학과 지원자 수가 2482명으로 전년 대비 50.8% 늘었다고 밝혔다. 학과 경쟁률은 22.55대1에서 올해 35.46대1로 뛰었다. 미래의 고급 인재들이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분야로 유입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내년도 대입 수시 전형에서 ‘의대 쏠림’이 한풀 꺾였다는 관측도 있어 정부의 ‘인공지능(AI) 드라이브’가 ‘이공계 부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마저 갖게 한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의정 갈등 파장과 반도체·AI 활황이 맞물려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공계가 고사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해 5개 대학 반도체학과의 등록 포기율은 179.2%에 달했다. 서울대 공대의 경우 입학 정원 850명 중 100명 이상은 의대 입시를 위해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나마 싹틔운 젊은 이공계 인재들은 열악한 처우와 연구 환경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린다. 2030 연구개발자의 70%가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것이 우리의 씁쓸한 현주소다. 이처럼 척박한 토양에서 글로벌 100대 AI 인재 중 한국인이 단 한 명에 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매년 8만 명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박사를 배출하고 57명의 세계적 AI 연구자를 보유한 중국과 대조적이다.
최근 대통령실은 향후 5년간 100명의 ‘국가과학자’를 선정해 연구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과학기술 인재 육성 전략을 밝혔다. 하지만 인위적 전략을 수립한다고 인재가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의 비전을 제시하고 우수한 인재를 흡수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일하고 싶은 근무 여건과 연구 환경을 제공해준다면 젊은 인재들은 자연스레 이공계로 몰릴 것이다. 이공계를 향한 모처럼의 관심이 ‘반짝’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 육성이 선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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