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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산 아니어도”…1년 365일 키위 먹을 수 있는 이유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재배 농가 인터뷰

뉴질랜드와 비슷한 재배 환경

수확 전 당도·크기·건물중 검사

제주 농가 228곳→288곳 증가

제주도에서 제스프리 썬골드키위 농장을 운영하는 홍행표 씨가 키위 나무를 가리키며 재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노현영 기자




지난달 15일 제주도 제주시 오라이동의 한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머리 위로 주렁주렁 매달린 키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약 1000평(3534㎡) 규모의 하우스 안에는 165그루의 키위 나무가 가지마다 3~4개의 키위를 품고 있었다. 농장주 홍행표(67) 씨는 "수확 직전 이맘때가 제일 떨린다"며 긴장한 듯 말했다.

제주 토박이인 홍 씨는 2018년부터 제스프리와 계약을 맺고 키위를 재배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며 노후 대책으로 키위 농사를 시작했다가 올해로 전업농 12년 차를 맞았다. 그는 1년에 약 18~19톤의 키위를 수확하는데 이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7~10개입 키위팩 2만~3만 개 분량이다.

60개 샘플에 달린 1년 농사의 운명


수확을 앞둔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노현영 기자


홍 씨가 수확을 앞두고 긴장하는 이유는 제스프리의 까다로운 '수확 승인 제도' 때문이다. 본 수확 약 2주 전부터 제스프리 측은 키위 60개를 임의로 채취해 당도(브릭스), 크기, 건물중(건조 과실을 이용해 숙성 단계의 당도를 추정하는 방법) 등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사한다. 일정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제스프리가 20여 년간 고수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60개 중 단 1개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재검사에서도 기준 미달 시 해당 농가는 과실을 폐기한다.

홍 씨는 "수확 시기가 됐다 싶을 때 직접 검사를 의뢰하면 채취 후 다음 날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며 "검사를 통과해야만 수확을 할 수 있으니 한 알 한 알 온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확량이 많거나 당도가 잘 나오는 등 결과가 좋으면 인센티브도 받는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일교차가 적은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확이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어졌다. 그는 "일교차가 커야 당도가 높아진다"며 "그래도 작황은 괜찮다. 100점 만점에 90~95점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뉴질랜드 닮은 제주, 제스프리 농가 매년 성장




제주도 팩하우스에서 직원들이 키위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팩하우스는 수확된 키위의 품질 선별 작업과 포장 작업이 이뤄지는 시설이다. 사진 제공=제스프리


전 세계 50여 개국에 키위를 판매하는 제스프리는 지난해 50억 뉴질랜드달러(약 4조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목표 매출액을 1년 조기 달성한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 북반구에서 네 번째로 큰 키위 생산국이자, 제스프리 키위의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핵심 시장이다. 4~11월에는 봄에 수확한 뉴질랜드산 키위가 유통되며 11~3월에는 제주산 키위가 판매돼 한국 소비자들은 1년 내내 제스프리 키위를 맛볼 수 있다.

제주는 배수가 잘되는 화산재 토양과 비옥한 땅, 풍부한 일조량, 깨끗한 수자원 등 키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뉴질랜드와 자연환경이 유사하다. 제주 제스프리 재배 농가도 2021년 228곳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지난달 기준 288곳으로 늘어났다. 재배 면적은 4년간 약 40% 확대됐다. 묘목 식재부터 수확, 포장, 유통,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제스프리 측이 통합 관리하며 농가는 고품질 키위 재배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루라도 철저히 관리 안 하면 안 돼"


올 11~3월 시즌 출하되는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사진 제공=제스프리


홍 씨는 매일 오전 6시 반에 집을 나와 하우스에서 키위나무를 살피고 오후 7시에 귀가한다. 그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해 2월까지는 나무의 가지를 다듬고 유인 및 고정하는 작업을 한다"며 "3월경 나무에서 새순이 올라오면 가지마다 적정량의 열매만 자라도록 불필요한 순을 따내고, 4월 초 꽃이 피면 하나하나 인공 수정을 시켜준다"고 재배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꽃이 피는 시기부터는 곰팡이를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며 "오전에만 물을 줘서 오후엔 물기가 마르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수확 날이 되면 주변 키위 농가의 인부 20여 명이 품앗이로 모인다.

그의 손끝에서 자란 키위는 이달 13일 출하 예정이다. 제스프리 썬골드키위는 100g당 비타민C 152mg이 들어있어 한 알만으로도 성인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또 식이섬유와 엽산 등 20가지 이상의 영양소를 함유해 ‘밀도푸드’로 알려져 있다. 홍 씨는 "후숙 과일인 키위의 특성상 빨리 먹고 싶으면 말랑말랑한 걸, 오래 두고 먹고 싶으면 딱딱한 걸 골라 냉장 보관하면 좋다"며 키위 구매 팁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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