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첫 발동 20년만…대장동 항소 포기에 거듭되는 장관 수사지휘 논란

수사지휘권 첫발동 2005년 천정배 장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불구속 수사 지시

2·3번째 秋 장관…4번째 박범계 장관때

특정사건 수사 공통점…연관 지시 담겨

전 고검장 “의견 제시 아닌 사실상 지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논란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대응 시기와 대응 내용이 자리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에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시기에 인접한 데다, 의사 표현이라도 구체적 사건이 언급된 만큼 사실상의 수사 지휘권 발동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를 근거로 한다. 해당 조항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한다’고 담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수사 지휘권이 첫 발동된 건 제정 56년 만인 2005년이었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같은 해 10월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다. “6·25 전쟁은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칼럼을 쓴 강 전 교수가 구속 사안에 해당하지 않다는 게 사유였다. 이는 강 전 교수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이종백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구속 수사’ 방침을 보고한 날이기도 했다. 김 전 총장은 천 전 장관의 서면 수사 지휘에 따르면서도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2·3번째 수사 지휘권이 연이어 발동된 건 2020년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였다. 추 장관은 같은 해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수사를 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 하자,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며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첫 수사 지휘권 발동 이후 15년 만이었다. 추 장관은 3개월 뒤인 2020년 10월에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윤석열 총장은 윤 총장 가족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 지휘에서 빠져라”라고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당시 윤 총장도 추 장관의 지휘권을 받아들여 라임 사건을 지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에 이어 취임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2021년 3월 조남관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관련자들의 혐의와 기소 여부를 재심의하라는 내용의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 이는 대검의 무혐의 처분 과정에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1호에서 4호까지 이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의 공통점은 특정 사건의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해당 사건의 수사 진행과 연관된 지시가 포함돼 있었다. 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의 대장동 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정 장관의 대응을 두고 ‘사실상의 수사 지휘권 발동’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특정 사건이 거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정 장관이 밝힌 내용이 절차나 행태만 다를 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유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정 장관은 앞서 10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는 등 성공적 수사·재판이었다”며 “다양한 보고를 받았지만, 지침을 준 바 없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 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에서 첫 보고가 이뤄졌을 때 항소 여부를 신중히 알아서 판단하라고 얘기했고, 두 번째 보고에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게 있어 법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법무부가 이를 꺾었다고 볼 수 있다”며 “절차에 의하지 않았을 뿐, 명백한 수사 지휘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