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잇따라 우승하면서 중국계 연주자들에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아시아 연주자들끼리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건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랑랑이 신보 ‘피아노북 2’ 발매를 맞아 10일 한국 언론과 가진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랑랑은 중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스타이자 세계 무대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1982년 선양에서 태어나 세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17세에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카네기홀 데뷔와 함께 EMI, 도이치 그라모폰 등 글로벌 레이블의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화려한 테크닉과 무대 장악력, 대중적 감각을 겸비한 연주자로 이름을 알렸다.
랑랑은 최근 국제 콩쿠르 등에서 중국계 피아니스트의 부상이 두드러지는 현상에 대해 아시아 연주자들 사이의 선순환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최근 한국 연주자들이 국제 대회에서 1·2등을 자주 차지하면서 중국 연주자들에게 영감을 줬다”며 “또 과거에는 서양 거장들만 보며 자랐는데 지금 세대는 ‘눈앞의 롤모델’을 보며 꿈을 크게 꿀 수 있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콩쿠르에서의 선전은 아시아 연주자의 장점이 발휘된 결과로 해석했다. 그는 “아시아 연주자들은 서양 연주자보다 훨씬 오래 연습한다”며 “콩쿠르에서 요구되는 ‘정확성과 실수 최소화’에 강점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다만 “콩쿠르는 좋은 출발선일 뿐 진짜 승부는 그 다음부터”라며 “세계적 음악가가 되려면 방대한 레퍼토리, 지휘자와의 협업, 매 공연의 완성도, 음반 기획력, 그리고 균형 잡힌 삶까지 많은 것이 필요하다. 음악가의 길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매된 ‘피아노북 2’는 2019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피아노북 1’ 이후 6년 만의 프로젝트다. 전작은 12억 회 이상 스트리밍되며 입문자용 클래식 음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 연장선인 이번 앨범은 클래식의 표준 레퍼토리에 영화와 게임 음악 등 동시대의 감성을 더해 총 32곡의 피아노 곡을 담았다. 랑랑은 팬들의 메시지, 음악 교육 과정의 커리큘럼, 오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히 선곡하면서 “작은 걸작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베토벤, 모차르트, 멘델스존 등 제가 학창 시절 사랑했던 작곡가들의 작품부터 영화 ‘라라랜드’, 작곡가이자 인플루언서인 토니 앤,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의 음악까지 담았다”며 “제 세대가 좋아한 피아노 명곡과 요즘 세대가 사랑하는 음악을 모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쉬운’ 곡들을 연주한 앨범집 발매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쉽게 하지 않는 시도다. 이에 대해 랑랑은 “‘피아노 북’ 시리즈는 초심자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라며 “작은 곡이라도 아름답고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다. 요즘 아이들이 피아노를 더 친숙하게 느끼고 클래식이 어렵지 않다고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젊은 연주자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배울 때 상상력을 활짝 여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무대에서 자신만의 해석과 생각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예술가이고, 창의성과 소통이 본질입니다. 클래식 공부가 틀에 갇히면 기계적이 되기 쉬워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진짜 인간다움’이 더 필요합니다.”
랑랑은 ‘랑랑 국제음악재단’을 설립해 교육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음악·미술 과목이 학교 정규 과정에서 많이 폐지됐다”며 “재단을 통해 음악을 정규 교과로 되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기회를 주며 음악 캠프와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다. 말하자면 ‘음악을 다시 위대하게’ 되돌려 놓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을 위한 지원과 교류에도 관심을 표했다. 그는 “재단을 통해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를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학교와 협업하는 교육 프로젝트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랑랑은 내년 2월 내한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생상스 협주곡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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