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고등학교에서 10대 학생이 폭발물을 터뜨려 100명 가까이 다친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정부가 한국 게임 ‘배틀그라운드(PUBG)’를 규제 대상으로 지목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폭력적 게임에 전가하는 ‘희생양 찾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프라세티요 하디 인도네시아 국가비서실 장관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보고받은 뒤 내각에 컴퓨터 게임 규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디 장관은 구체적인 규제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한국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만 실명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 게임에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등장하고 배우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폭력적 게임이 청소년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사건은 지난 7일 자카르타 북부 SMA 72 고등학교 내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예배 중 발생했다. 17세 남학생이 자제 제작 폭발물을 터뜨려 96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29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해당 학생이 또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장난감 기관단총에는 “14개 단어(14 words)”와 “브렌튼 태런트: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14개 단어’는 백인 우월주의 구호를, 브렌튼 태런트는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모스크 2곳에 총기를 난사해 51명을 살해한 반이슬람 테러범이다.
경찰은 용의자의 집에서 폭발성 분말 물질을 추가로 확보해 분석 중이며, 극단주의 단체와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건의 사회적 원인 대신 ‘폭력적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특정 사건의 원인으로 단정하는 건 무리”라며 “폭력성보다 사회·교육 환경이 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는 한 팀이 최후까지 생존하는 ‘서바이벌 슈팅 게임’으로,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지 정부의 게임 규제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 게임 산업 전반에도 부정적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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