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티스트 유환(YOUHWAN)이 신작 〈빛의 터널〉을 통해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는 대형 미디어 설치작을 선보였다.
이번 작품은 서울특별시 주최/주관 사업인 ‘2025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의 메인 작품으로 지난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청담대교 교각 하부에서 공개 전시되었다.
〈빛의 터널〉은 폭 5m, 길이 100m, 높이 10m 규모의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도심의 구조물 속에 새로운 감각적 공간을 구축했다. 산업화 이후 물리적 이동과 디지털 연결이 공존하는 시대를 주제로,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빛과 사운드가 교차하는 터널을 직접 걸으며,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속도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유환은 그동안 서대문형무소, 전동성당 등 역사적 공간의 맥락을 빛과 사운드로 재해석해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접근을 기반으로, 공간이 가진 기억과 시간성을 예술적 언어로 전환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청담대교 교각 하부라는 인프라 공간을 예술의 무대로 탈바꿈시켜, 관객이 이동과 머무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동시에 체험하도록 설계했다.
작품의 핵심 장치는 청담대교를 지나는 지하철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빛과 사운드 데이터로 변환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도시의 숨겨진 리듬을 시각화하며, 보이지 않던 움직임을 새로운 감각의 풍경으로 드러냈다. 유환은 “〈빛의 터널〉은 단순히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걷고 체험하며 스스로의 감각을 회복하는 여정이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유환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개념은 ‘동심(童心)’이다. 그는 동심을 “익숙한 세계 너머를 새롭게 바라보는 힘”으로 정의하며, 빛과 공간을 통해 그 시선을 구현해왔다. 〈빛의 터널〉은 이러한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업으로, 기술과 예술, 도시와 인간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현대인의 내면을 비추는 ‘빛의 사유 공간’을 만들어냈다.
작가 유환은 “도시는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야 비로소 자신을 볼 수 있다”며 “〈빛의 터널〉이 관객에게 그런 시간과 공간으로 남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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