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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린 깜짝 준우승 뒤엔 왕년의 '장타천재' 있었다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한 이율린

김혜동 코치가 무너진 멘탈 잡아

상금 100위서 63위로 상승 견인

이율린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4라운드 10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용인=성형주 기자




KPGA 투어 선수 시절 김혜동 코치. 사진 제공=KPGA


27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파5).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던 이율린(22·나이키)은 긴장감 가득한 표정으로 2m 남짓 거리의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있었다. 침착하게 퍼트를 홀에 떨군 그는 최종 합계 12언더파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 대회 전까지 시즌 상금 순위 100위(5096만 원)에 처져 있던 이율린은 공동 2위 상금 9500만 원을 받아 단숨에 63위(1억 4596만 원)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 버디를 놓쳤더라면 3000만 원이 적은 공동 3위 상금(6500만 원)을 받아 70위권에 머무를 터였다.

이번 대회 선전으로 이율린은 이달 31일 개막하는 S-OIL 챔피언십 성적에 따라 상금 순위 60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시드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율린의 깜짝 준우승은 시즌 내내 드라이버 입스(불안 증세)로 인해 고생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올 시즌 그는 이 대회 전까지 24개 대회에 참가해 17번 컷 탈락했을 정도로 샷 난조에 시달렸다.

흔들리는 이율린을 붙잡은 건 왕년의 ‘장타 천재’ 김혜동(38) 코치였다. 한때 330야드를 날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장타자로 불렸던 그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경기 성남의 남서울CC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김 코치가 이율린을 처음 만난 건 올해 6월이었다. 김 코치는 “공을 치는 것을 봤는데 스윙이 많이 망가져 있더라. 방향성도 문제였고 무엇보다 멘탈이 경기를 아예 치르지 못할 정도로 무너져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 코치와 이율린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경기 중 멘탈을 잡을 수 있는 방법까지.

그렇게 약 4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이율린은 자신감 있는 샷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관성 없었던 드라이버 샷도 큰 실수 한두 번을 빼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김 코치는 “흡수가 빠른 선수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 고치면 다음 시즌에는 더 잘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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