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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테크프론티어] 소버린 AI 전략 가능할까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타국 종속 안되고 독자서비스 제공

반도체·학습데이터 등 역량 필수

AI기본법·민관 원팀 구성 서둘러야





국가 간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틱톡에 대한 퇴출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생성형 AI 핵심 부품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중국 수출을 금지했으며 추가로 AI 칩 통제도 계획하고 있다. 캐나다는 AI 산업 지원을 위해 총 2조 4000억 원의 패키지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오픈AI로 불리는 미스트랄AI는 설립된 지 1년 4개월 만에 기업 가치를 58억 유로(약 8조 6274억 원)로 끌어올렸다. 일본 정부는 5월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정비에 최대 421억 엔(약 3877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자국의 생성형 AI 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들의 노력을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 국가주의(nationalism)라고 명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등장한 개념이 소버린 AI(Sovereign AI)다. 특정 국가가 타국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외부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데이터의 보안과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 2월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모든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나라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AI를 가져야 한다”며 소버린 AI를 강조했고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도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소버린 AI가 국가마다 필요하며, 각국에 기술력을 제공하고 다양성을 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소버린 AI 역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파인튜닝 모델, 사전 학습 모델, 자국 사전 학습 데이터, 학습·운영 인프라로서의 클라우드, 자국 안정성 기술, AI 반도체, 자국 응용 산업 생태계 등 7개 지표에서 미국·중국과 함께 이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국가다. 또 네이버는 이런 역량으로 국내에서 소버린 AI를 구축하고 이를 소버린 AI 확보를 원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당 국가의 소버린 AI를 공동 개발, 투자, 운영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수출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소버린 AI 전략은 미중 간 AI 전쟁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검색·메신저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토종 플랫폼을 지켜온 우리의 자존심을 생성형 AI 시대에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다만 이를 위해 소버린 AI 역량을 지닌 국내의 통신사, 플랫폼 기업, 제조 업체, 스타트업과 정부가 원팀이 돼 역할을 분담·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AI 기본법이 조속히 통과되고, 특히 곧 출범 예정인 국가AI위원회는 소버린 AI 원팀을 구성해 실행하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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