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반복되면서 지금과 같은 분절화가 가속할 경우 세계경제의 실질소득이 5%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경고가 나왔다.
랄프 오사 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 서울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세계경제의 실질소득이 5%가량 감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한국의 대처 방안을 묻는 질문에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공급망 충격이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외부의 또 다른 옵션, 대안이 될 수 있는 교역 상대국이 필요하다”며 “경제안보라는 측면에서 개방적 규칙 기반의 다자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우 디지털 서비스 수출 성장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팬데믹 이전보다 디지털 서비스 가치가 2배 넘게 증가했다”며 “한국이 디지털 서비스에서 강세를 보이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발전”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존 쉰들러 금융안정위원회(FSB) 사무총장은 “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을 위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분석으로 읽힌다. 그는 “가계부채는 계속 부채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면서도 “금융·경제 사이클이 변동돼 상환이 어려워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쉰들러 사무총장은 또 “그럴 때는 채권자가 누군지 봐야 하는데 금융기관 자본 확충이 충분히 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거시경제 차원에서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우 국제통화기금(IMF) 조사국 부국장은 “엔캐리 트레이드 당시 신흥국이 받은 영향은 생각보다 덜했다”며 “그 배경으로는 신흥국의 정책 펀더멘털 강화, 달러와 유가의 상관관계 변화 등이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당시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남미 국가들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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