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철에 이례적인 집중호우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 뒤 ‘역대급’ 폭염과 사상 최장 열대야까지 나타나며 이번 여름은 각종 기후 통계에서 1위를 갈아치운 해로 남게 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상관측 사상 가장 습한 여름을 보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30일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까지 제주에서는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돌며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15일 이후 46일 연속으로 기상청 관측이 시작된 지 101년 만에 최장 지속 일수다.
올여름 ‘역대 최장’ 열대야를 경신한 것은 제주뿐만이 아니다. 서울은 34일, 부산은 26일, 인천은 30일 등 관측 지점 곳곳에서 역대 열대야 지속 일수 1위를 기록했다. 전날 기준으로 올해 전국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사상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16.4일)을 앞지른 것은 물론 평년(6.4일)의 3배 이상에 달한다.
올해 전국 폭염 일수(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역시 23.2일로 평년(10.6일)의 2배에 달했다. 올해 여름은 특히 기온과 함께 습도까지 높아 체감온도가 33~35도에 달해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올해 7월과 8월 상대습도는 각각 83%, 79%로 모두 80%대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에 달했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된 정도를 의미하는 상대습도가 50%를 넘어서면 실제 기온보다 체감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2018년의 경우 7월과 8월에 각각 77%, 75%로 올해 동월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올여름 장마철에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200년에 한 번꼴’로 내리는 수준의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파주·안동·상주에서는 각각 하루 만에 385.7㎜, 211.2㎜, 196.1㎜에 달하는 비가 쏟아지며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일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파주와 군산의 경우 장마철에 한 시간 만에 각각 101㎜, 131.7㎜를 기록하는 폭우가 내리며 역대 최고 시간당 강수량을 경신했다.
이 같은 ‘찜통더위’가 한국을 넘어 지구촌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뉴질랜드 국립물대기연구소(NIWA)의 관측 자료 등을 인용해 “올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습도가 급증하며 가장 습한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습한 열기가 더 강한 폭우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 또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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