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 대출이 늘어나 집값이 상승했다며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조이는 방식도 매서웠다.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상황에서 마치 역주행이라도 하듯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렸고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등 다양한 대출 상품도 폐지했다. 큰 투기 열풍이 분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가계 대출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가계 대출이 증가한 이유가 바로 정부의 정책 금융 상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7월 기준 32조1000억 원 늘었다. 이 중 올해 1월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신생아 특례 대출을 포함해 디딤돌 등 정책 대출이 22조3000억 원으로, 늘어난 은행권 주담대 중 약 70%가 정부가 출시한 정책 대출이었다. 저리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이용하라고 부추기더니 갑자기 대출 관리가 필요해졌다는 게 현 정부의 수준이다.
이러니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도대체 정부의 부동산 철학이 무엇이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것인지, 띄우겠다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책 행보가 매우 요란스럽고 무질서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당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7월 부동산 시장이 무섭게 상승할 때 “추세적 상승은 아니다”라고 밝힌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 달 만에 태도를 바꿔 그린벨트 해제 등을 담은 8·8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밤잠을 못 이루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대출 한도가 줄었다네요”, “두달 전 상담 받았을때보다 금리가 1%나 올랐네요” 등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주택 매수나 전세를 들어가려던 사람들은 갑자기 불어난 이자 부담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출을 조이면 보증금을 줄여 월세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월세 시장이 왜곡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을 하는 게 주택 구매다. 이 같은 고민이 정부의 대책에선 보이지 않는다. 국민탓, 은행탓 대신 자신들의 일관성 없는 대책을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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