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형사들이 치킨 파는 영화 찾아줘”라고 말하면 내장된 인공지능(AI)이 내용을 이해하고 영화 ‘극한직업’을 화면에 띄워준다. 볼륨을 키우고 1시간 뒤에 TV를 꺼달라는 두 가지 명령도 한 번에 이해하고 실행한다. 방에 들어가지 않고도 TV를 통해 조명을 끄거나 켜고 커튼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AI 홈의 중심이 된 삼성전자(005930) TV의 진화상이다.
삼성전자는 22일 수원사업장 디지털연구소에서 AI TV 시연회를 열고 새로운 AI 스크린 기술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자연어 기반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지시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AI 음성 기술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개발한 자체 생성형 AI 가우스를 기반으로 하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콘텐츠 제목을 기억하지 못할 경우 내용만 검색해도 TV가 이를 찾아준다. 한 번에 두 가지 요구 사항을 담은 ‘멀티 인텐트’ 명령도 문제 없이 수행한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재생 기기가 모바일에서 TV로 많이 옮겨가면서 시청 시간이 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대형 스크린 사업 기회가 여전히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존 시청 위주의 TV 경험을 넘어 집안의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홈 허브로서의 기술도 대폭 강화됐다. 삼성 AI TV에는 스마트싱스 허브가 내장돼 스마트 조명이나 커튼, 센서 등을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다. 기존 삼성 스마트싱스를 통해 대형 가전 제어가 가능했다면 AI TV를 통해 소물(小物)까지 제어 가능 영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내장된 센서를 통해 3m 거리 이내의 사용자를 인식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가족에게 보내는 메모를 남기거나 날씨와 에너지 사용량 등의 정보를 확인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AI TV 기능의 적용 범위를 다방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 AI TV를 구매한 고객은 7년간 새로운 AI 기능이 담긴 타이젠OS 업그레이드를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보급형까지 적용 제품군도 늘려 중국 TV 업체들의 빠른 추격에도 대응한다.
용 사장은 “중국 TCL 등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AI TV 기능으로 차별화를 해볼 생각”이라며 “소비자에게 밸류를 줄 수 있는 AI TV 기능은 저가형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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