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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그림으로 펼쳐진 '온라인' '생태'...코로나시대를 성찰하다

공근혜갤러리서 김태연·박진희 '온택트' 전시회

시대적 화두가 된 인간 관계·자연의 소중함 다뤄

김태연 ‘흑우’




입술이 두툼한 검은 소가 짙푸른 파도를 헤치고 사람에 닿으려 애쓰고 있다. 얼굴은 사람이건만 기다란 목과 초록의 머리를 보면 외계인일지도 모를 존재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에서 봄 직한 포말이 이들을 감싸고 있는데, 물결 속에 숨어 괴이하게 웃고 있는 얼굴은 유심히 관찰해야만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작가 김태연의 신작 ‘흑우’다. 종로구 공근혜갤러리가 새해 첫 전시로 기획한 2인전 ‘온택트(On-Tact)’를 통해 전시된 이 작품이 신축년 소의 해를 맞아 그린 것이라고 여긴다면 착각이다. ‘흑우’는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 ‘레벨 업’과 게임 상품에 집착해 과도하게 소비하는 게이머를 지칭하는 ‘호구’를 뜻한다. 스스로 ‘게임광’이라 칭하는 작가는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만났으나 실제로 얼굴을 본 적 없는 게이머들을 상상하며 초상화를 그렸다. 모니터만 응시하다 거북 목이 된 인간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대인의 초상이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서 반짝이는 게임용 주화 ‘원코’는 소비를 자극하며 흑우들이 헤엄치는 깊은 바다로 사람들을 유혹해 끌어들인다.

본 적 없는 게임 친구를 그린 작가는 인물의 외형 묘사뿐 아니라 인격과 내면세계까지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통 동양화론인 ‘전신사조(傳神寫照)’에 충실했다. 그들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나이, 성별, 좋아하는 색 정도가 전부일 뿐 게임에서 대화를 나눈 목소리와 게임 캐릭터, 게임 운영 스타일 등을 추측해 인물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게임 속에서) 같이 움막 짓고 살며 내가 독초 먹었을 때 약을 구해다 나를 살린 친구라, 얼굴은 모르는 사이지만 대면한 사람보다 더 잘 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면서 “전통적 인간관계와 다른 방식으로, 가상공간에서 만난 사람과도 깊이 공감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세대의 인간관계를 성찰했다”고 밝혔다. 인물의 얼굴과 몸에 겹쳐진 여러 직선들에 대해 작가는 “동양화를 배우며 혈자리에 대해 공부했는데, 그것에서 착안한 선(線)들은 외부로 연결된 하이퍼링크를 보여주는 셈”이라며 “얼마나 많이 외부와 연결돼 있는지를 드러내는데, 선이 많은 것도 좋겠으나 정확히 꽂혀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희 ‘꽃덤불’


김태연의 섬세한 동양화와 나란히 걸린 추상적 서양화는 박진희 작가의 신작들이다. 헤치고 나가지만 무엇이 더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우거진 수풀, 축축한 늪지대를 방불케 하는 대형 그림이다. 그럼에도 붓이 지나며 색을 입히고 지우는 과정, 다양한 선이 겹치고 연결돼 이뤄낸 신비롭고 오묘한 색감이 매혹적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군 제대 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텍스트가 아닌 심상적 느낌을 포착해 표현하고자” 미술학도가 된 박진희 작가는 추상표현주의의 본고장 뉴욕에서 그림의 토대를 다졌고 영국 왕립예술대학 등에서 고민을 심화시켰다. 박 작가는 자신만의 공상이 발현되는 침실을 매개로 관심을 확장해 습지에 주목했다. 그는 “축축하지만 온갖 생명이 발랄하게 살아가는 생태계로서의 습지를, 유화물감을 이용해 액체성과 고체성이 혼재하게 그렸다”면서 “지난 2015년 영국 유학시절에 ‘습지’ 작업을 떠올렸고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에 입주해 ‘초안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만의 공간과 자연의 교류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실력이 돋보이지만 설치 작업에 대한 역량도 뛰어난 작가다.

코로나19는 격리의 시대, 그로 인한 온라인 소통의 시대를 열었다. 단절은 관계에 목마르게 했고 자연과 생태·환경을 갈망하게 했다. 시대적 화두가 된 ‘온라인’과 ‘생태’를 주제로 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전시는 2월21일까지.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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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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